25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이는 결론적으로, 러시아 의존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믿은 에너지 시스템의 경직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는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직접 수입은 거의 없을 정도로 줄었지만, 자원의 한계로 간접적 수입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2024년에도 이런 수급 불안정성이 계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러시아 화석 연료 직접 수입 격감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 제재를 강화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산 원유, 석유제품, 석탄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EU는 2022년 12월 5일까지 해상을 통한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2023년 2월 5일까지는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2023년 8월 22일부터 러시아산 석탄의 직간접 수입과 운송, 이와 관련한 금융 서비스를 금지하는 제재도 시행했다.
이러한 제재로 인해 유럽의 러시아 화석 연료 수입은 크게 줄었다.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센터(CREA)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러시아 화석 연료 수출 수입은 2022년 12월 전후 최저치로 감소했다. 러시아의 순수 에너지 수출 수입은 하루 1억 6000만 유로(1억 7200만 달러) 줄었다. 이에 EU의 러시아 의존도도 줄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로부터 EU에 사용되는 가스 수입의 39%, 석유 수입의 23%, 석탄 수입의 46%였지만, 이는 2022년에는 각각 30%, 10%, 30%로 감소했다.
더욱이, 유럽은 러시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공급원을 찾았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연료가 더 생산되었고, 유럽으로 수출됐다. 특히,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늘렸고, 유럽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LNG)를 늘려 수입했다. 또한, 유럽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 에너지 수요를 충족했다.
공식 수치에 따르면, 이제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은 사실상 0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유럽이 러시아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중동의 카르텔인 OPEC 외부 요인에 힘입었다. 2023년 비OPEC 공급량은 역대급으로 증가했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화석 연료가 더 생산됐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2022년 이후 영국과 유럽을 강타한 경제 불황도 전체 에너지 수요를 감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화석 연료 수출 변화
유럽에서 수입하지 않는 상당한 양의 가스와 석유는 세계 다른 여러 나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다. 유럽에 대한 화석 연료 수출이 줄어들었지만, 다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어 제재의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에 화석 연료를 수출하고 있으며, 러시아 대체 수입원이 됐다. 중국은 2022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러시아로부터 132억 달러어치의 화석 연료를 수입했으며, 이는 러시아의 전체 화석 연료 수출의 13.5%를 차지했다. 인도는 36억 달러, 트뤼키예는 70억 달러를 수입했다.
러시아는 화석 연료의 종류별로도 수출을 다양화했다. 원유 수출은 2022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20% 감소했지만, 천연가스와 석탄 수출은 각각 50%, 20% 증가했다. 러시아는 유럽의 LNG 수입을 줄이고, 아시아와 중동 시장에 LNG를 수출했다. 또한, 러시아는 석탄 수출을 늘려 중국, 인도 등에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었다. 왜냐하면, 인도와 중국 같은 국가에 더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이들이 다른 제품으로 가공해 유럽에 다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CREA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2월 이후 석유, 가스, 석탄 수출으로 6050억 유로(약 86조 8800억 원) 수익을 올렸다. 이 중 약 1880억 유로(약 27조 1600억 원)는 EU에서 직접 유입됐고, 나머지는 다른 국가에서 유입됐다.
러시아 제재의 한계와 향후의 전망
이는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통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EU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석유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직접 수입은 없지만, 러시아를 대체해 수입한 국가들이 러시아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어 완벽하게 러시아를 제재하고 의존도를 줄였다고는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영국은 제재 이전 디젤 연료를 러시아에서 30% 수입하던 것을, 이제 인도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이들이 러시아에서 수입해서 다시 파는 것을 사고 있다.
또한, 천연가스도 러시아 의존도를 줄였지만, 이는 날씨와 경기 침체가 한 몫을 한 것이었다. EU는 전체 가스 사용량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지하던 것을, 일부 미국과 카타르 LNG로 대체했고, 온화한 겨울 날씨와 독일 등 주요국의 산업 침체로 수급이 비교적 안정을 유지했다.
결국, 그간 제재 이후 글로벌 에너지 경제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의존을 줄일 수는 있었지만, 자원의 한계 때문에 간접적 수입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으며, 러시아를 대체할 새로운 화석 연료 추가 생산과 날씨 덕분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급이 불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형세다.
결국,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완전하게 해소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따라서, 지속적 의존도를 줄이면서 대체 에너지 개발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2024년에는 에너지 수급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기상 여건, 세계 경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OPEC이 생산을 줄여도 비OPEC이 생산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급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화석 연료 생산과 수출을 늘리는 것이 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국제 에너지 시장의 수급 변화는 유가와 LNG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4년에 유가는 1배럴당 70~80달러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LNG 가격은 미국, 호주, 카타르 등의 LNG 수출 증가, 유럽의 LNG 수입 감소, 중국과 인도의 LNG 수입 저하 등으로 1백만 BTU당 10~12달러의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