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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피하려면…HMM 매각 절차 전환 필요

‘미래’ 상실한 채권단의 관리기업 정상화 실패 불러
선대 확충 중심 HMM 정상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육해공 통합 물류기업으로 진화 글로벌 추세 뒤처진
아시아나항공 화물 인수 통해 HMM 가치 높여야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4-02-25 17:30

2022년 1월 1일 부산항 신항만 4부두에서 2만4000TEU급 컨네이너 운반선인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HMM로테르담호는 이날 국적 원양선박으로 처음으로 출항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1월 1일 부산항 신항만 4부두에서 2만4000TEU급 컨네이너 운반선인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HMM로테르담호는 이날 국적 원양선박으로 처음으로 출항했다. 사진=연합뉴스
HMM 1차 매각 실패는 인수기업의 대규모 자금 동원력에만 의존하는 채권단 관리기업의 새 주인 찾기 절차와 방법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채권단은 거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낸 만큼. 이를 회수해야 한다는 목적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정상화 과정에서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이 과도하게 벌어졌고, 관리기업이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해 오던 것들을 불용 투자라는 명목으로 중단시켜 버렸고, 무엇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제한하거나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당장은 보기 좋게 꽃단장한 신부로 만들어 놓았지만, 신랑감(인수기업)을 정해 시집(인수)을 보내 놓으면, 맞선(기업실사)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점들이 드러나면서 결혼생활(정상화 과정)에 어려움을 겪어 이혼(기업회생절차 신청)하는 경우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라며 인수기업의 과욕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매각을 담당하는 채권단의 방법도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놓고 봤을 때 HMM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모체인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되어 채권단 관리기업이 된 HMM에 이어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등 양대 국적선사 모두가 해체돼 해운산업이 붕괴할 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사실상 개입했다. HMM에 대한 정상화 자금 투입과 함께 선대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HMM은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12척, 1만60000TEU급 8척 등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을 인도받아 투입했으며, 올해에는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받는다. 완료되면 회사 선복량이 100만TEU를 넘어서며 글로벌 해운사들과 규모의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신규 도입한 선박은 친환경 국제기준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연료 효율성이 높아 같은 노선을 운항하면 경쟁사에 비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 화주 유치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이러한 침체한 해운 경기 속에서도 HMM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였다.
2023년 10월 31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착륙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0월 31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착륙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운업체로서의 HMM 경쟁력을 살리는 데에는 정부와 채권단의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전 세계 해운산업이 항공과 육상을 아우르는 통합 물류업체로 진화하는 추세에는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벌어진 글로벌 공급망 확산과 보호무역체제 강화는 해운업체들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덴마크 머스크 라인과 프랑스 CMA CGM 등 메이저 해운사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그룹 차원의 전략으로 이를 추진해 왔다.

비록 채권단 관리하에 있지만 HMM도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지 않았다. 업계 동향 보고 및 내부 발전 방안 검토를 통해 통합 물류업체 방안을 검토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육해공 통합물류업체 구상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현한 기업은 한진그룹이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해운)과 대한항공(항공), ㈜한진(육상) 등으로 하드웨어 면에서 이를 구축한 한진그룹은 하지만 창업주들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된 뒤 한진해운이 파산해 소프트웨어 측면의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1차 매각에서는 하림과 동원 등 바다에 바탕을 둔 중견기업들만 참여해 해운업 리스크 대비책을 해운에 한정해 풀어나갔다. HMM이 흔들리면 모기업도 위태해진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항공화물사업 인수를 통해 HMM이 육해공 통합 물류업체로 변모한다면 미래를 다르게 그릴 수 있다. HMM 자체 생존력을 높이면, 새 주인이 될 기업은 거액의 인수 대금을 내더라도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여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권단도 HMM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해 굳이 무리한 매각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국가 물류산업을 위해서라도 HMM의 위상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 교역 규모에 비해 해운‧항공‧육상 물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됐고, 결국 대표기업을 키워내야 하며 HMM이 가장 현실적인 후보”라면서, “머스크와 CMA CGM 등의 사례는 본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가능성 전략의 일환으로 발전시켜 온 것이다. HMM 생존법도 이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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