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택 과잉 문제가 중국의 골칫거리를 넘어 국제 원자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4일(현지시간) 닛케이가 보도했다.
14억 인구 중국은 세계 최대 주택 시장으로, 주택 시장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제 주택 시장은 과잉 공급과 판매 부진 늪에 빠져 있다.
중국 주택 과잉 공급 문제는 201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쉽게 융자해 주고, 지방 정부는 토지 사용권을 팔았다. 이에, 중국 전역에 주택 건설이 급증했지만 실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건설된 주택 중 투기 목적으로 구매되는 주택들이 빈집으로 남아 수백개의 ‘유령도시’를 배출했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중심부에 위치한 오르도스는 석탄 산업의 발전으로 부유해진 지역이지만, 100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에 10만 명 정도 거주하는 유령도시가 됐다.
중국 주택 과잉 공급 문제는 심각하다. 2023년 말 기준, 주택 재고는 50억 평방미터(축구장 700만 개 규모)에 달한다. 1가구당 100평방미터, 3명이 산다고 가정하면, 1억 5000만 명 분량의 주택이 팔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초과 재고를 해소하는 데 4~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주택 수요는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와 생활 수준 상승이 주택 구입 의욕을 낮추고 있다. 중국의 30대 인구는 2020년에 2억 2000만 명이 넘었지만, 2035년에는 그 수가 1억 60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구매의 주력층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교수 등 연구에 따르면, 도시 주택 착공 건수는 2035년까지 연평균 3%씩 계속해서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중국의 근로자들은 높은 주택 가격으로 주택 구입을 포기하거나 늦추고 대신 다른 소비에 관심을 더 많이 보인다.
주택 시장 침체는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방 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토지 사용권 입찰이 부진하고, 융자평대의 과도한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가로 신용을 완화하기도 쉽지 않아 주택 수요를 자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택 건설 투자 감소는 철강,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부동산 개발 투자가 8.8% 감소했다. 부동산 투자 중 가장 비중이 큰 주택 투자액이 10조646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9.5% 줄었고, 신규 착공 면적도 전년보다 39.4% 감소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 조달도 25.9% 감소했다.
중국이 과잉 생산된 건설 자재를 국내에서 소비할 수 없어 저가로 수출해 재고를 소진하고 있어 다른 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중국 관세총서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중국 건설 자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1% 증가했고, 2023년 12월 중국 철강 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15.2% 증가했다.
일부 나라들은 저가 공세에 자국 제품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산업이 힘들어지자,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인상하거나 반덤핑 조치를 하고 있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해외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무역 보복 등 국제 무역 질서를 악화할 수 있어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주택 과잉 공급 문제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해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 큰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