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 대회에서만 10번, 매년 1번 열리는 국제 대회에선 4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최연소 우승과 최고령 우승 기록을 모두 거머쥐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미 만족감을 느끼고 동기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은 남달랐다.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 대회 개막을 1주일 앞두고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페이커는 "프로게이머로서는 당연할 수 있는 '리그 우승' 외에도 개인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이번 시즌의 목표로 삼고 있다"며 "값진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며 더욱 큰 목표를 이뤄나가는 형태로 올해를 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3년 4월 프로 무대에 데뷔한 페이커는 올해로 경력 11년차를 맞이했다. '역체롤(역대 최고의 LOL 게이머)', '불사대마왕(The Unkillable Demon King)',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등 수많은 별명 외에도 이 중에는 꾸준한 성과와 이를 뒷받침하는 끝없는 노력을 칭찬하는 '동기부여의 화신'으로도 불린다.
이번 미디어 데이에서도 페이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페이커는 "원론적일 수 있지만 팀원들에게 본인의 목표를 최대한 찾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프로게이머로서 팀의 우승과 팬들을 위한 좋은 모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집중할 것 또한 자주 주문한다"고 답변했다.
LOL e스포츠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LOL의 매력을 일반인들에게 알려달라는 질문도 있었다. 페이커는 "팀 게임으로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게이머로서는 실력 향상을 위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안 게임, 월드 챔피언십 우승 등 페이커의 커리어 외에도 취미 또한 큰 화제가 됐다. 게임을 직업으로 삼은 그는 2015년 "게임 훈련 외 시간에는 책을 읽으며 재충전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최근까지도 독서를 지속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해왔다. 그가 인터뷰에서 읽었다고 밝힌 책들을 팬들이 정리한 이른바 '페이커 추천 도서 목록'이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팬들이 추천 도서 목록에 보이는 관심에 대해 페이커는 "도서 목록이 처음 화제가 됐을 때는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이젠 괜찮은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다독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호응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국제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던 2023년은 페이커 개인에게 손목 부상이라는 악재도 있었던 한 해였다. 김정균 T1 감독은 "T1 선수들은 지난해는 물론 그 이전부터 e스포츠 대회 내, 외적으로 강행군을 이어왔다"며 "올해 목표는 좋은 성적과 더불어 선수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데이 말미에 페이커는 "올해도 나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한 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주어진 기회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게이머로서의 성과에 더해 좋은 영향과 영감을 다른 이들에게 주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