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상기후와 그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파나마 운하가 정상화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공급·물류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파나마 당국은 하루에 통과하는 선박의 수를 24척까지 줄였다. 이는 가뭄 발생 전 평상시의 일일 38척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다.
이는 병목현상으로 이어져 현재 수십 척에 달하는 선박이 태평양과 대서양 카리브해의 운하 입구 주변 해역에 대기하며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이어주는 수에즈 운하와 더불어,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함으로써 전 세계 선박 운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나마 운하는 최근 들어 유례없는 가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바다와 직접 연결된 수에즈 운하와 달리, 파나마 운하는 해수면보다 높은 육지의 호수를 경유하기 때문에 물을 막는 갑문과 갑문 안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물 보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우기에 대량으로 내리는 빗물을 운하와 연결된 가툰(Gatún) 호수 및 인근 호수에 충분히 저장해두고 사용해 왔다.
하지만 2023년 지구 온난화로 발생한 강력한 엘니뇨 현상은 열대지방인 파나마에 최악의 가뭄을 불러왔다. 그 결과 운하 가동 및 유지에 필요한 충분한 빗물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운하의 수위는 평상시 대비 약 1.8m나 낮아졌다. 파나마 당국이 일일 통과 선수를 줄인 이유다.
파나마 운하는 평상시 세계 해양 무역량의 약 3%,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 이동하는 컨테이너의 46%를 처리한다. 금액 기준으로 연간 2700억달러(약 353조 86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 약 24시간 내로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건너갈 수 있어 운송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파나마 운하의 가동률 저하는 일반 소비재는 물론, 자동차와 IT 등 각종 핵심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와 핵심 부품 상당 부분을 아시아 지역에서 수급하는 북미 기업들의 공급·물류망에 동맥경화로 이어진다.
이미 일부 선박들은 최소 수주 이상의 운송 시간 증가와 비용 상승을 감수하고 남아메리카 끝단의 드레이크 해협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또 일부 해운사와 운송기업은 대기 시간을 줄이고 운하 통과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파나마 운하 당국에 일반 통과 비용의 몇 배에 달하는 추가 수수료를 내고 있다. 이들이 낸 추가 비용만 2억 3500만 달러(약 3072억 6200만 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해에서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핵심 항로 역시 예멘 후티 반군의 무차별 상선 공격으로 마비된 상황이어서 글로벌 공급·물류망의 위기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나마 수에즈 운하 쪽은 미국 주도로 결성된 다국적 연합 함대가 해당 항로의 안전 확보에 나서면서 해결책이 보이고 있지만, 파나마 운하는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다.
특히 파나마 당국은 늘어나는 교통량과 컨테이너선들의 크기 증가에 대응해 지난 2016년 운하를 확장하고 추가 갑문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춰 담수 저장량 추가 확보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운하 책임자이자 컨설턴트인 조지 루이스 퀴자노는 블룸버그를 통해 “운하가 정상적인 물량으로 돌아가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10년 전 운하 확장 작업을 감독하면서 언젠가 (물 부족) 문제가 닥칠 것을 예상했다. 임기가 끝나기 전 추가 저수지 건설을 정부에 제안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파나마 당국은 뒤늦게 운하에 공급할 물 확보를 위해 추가 인공 호수 건설과 인공강우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추가 인공호수 건설과 관련해서는 파나마 운하 가동 여부가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 미국의 육군 공병대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방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실현 및 구현하는 데만 최소 수십억 달러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만큼 글로벌 해상 운송망의 과부하와 병목현상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