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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페북도 못 넘은 '트위치 아성', 신생 업체 '킥'에 흔들려

킥, '도박 방송 금지'에 반발해 올 1월 베타 서비스 개시
1억달러 들여 트위치 톱 스트리머 'xQc' 파트너로 영입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6-20 17:24

트위치(왼쪽)와 킥 로고.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트위치(왼쪽)와 킥 로고. 사진=각 사
아마존이 운영하는 라이브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지난해 누적 시청 시간 1위 스트리머를 경쟁 업체에 빼앗겼다. 구글의 유튜브, 메타 플랫폼스(메타)의 페이스북 등 빅테크 라이벌이 아닌 신생 플랫폼 킥(Kick)이 그 주인공이다.

킥은 캐나다의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 'xQc' 펠릭스 랑젤과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 계약금 규모는 7000만달러(약 898억원)에 인센티브 포함 최대 1억달러(약 1280억달러)다.

xQc는 트위치에서 5번째로 많은 팔로워(1183만명)을 보유한 파워 인플루언서다. 1인 미디어 통계 플랫폼 '스트림 해칫'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기준 누적 시청 시간 2억2400만시간으로 트위치 스트리머 중 1위로 집계됐다. 2위 '가울리스' 알렉산드레 보르바의 1억6100만시간 대비 39.1% 높은 수치다.
거물급 스트리머가 주로 이용하는 방송 플랫폼을 옮긴 사례는 적지 않지만, xQc가 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거액의 계약금을 대가로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xQc가 트위터를 통해 "타 플랫폼에서도 종종 방송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플랫폼 독점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거나, 매우 느슨하게 적용된 듯하다.

'킥'에서 1억달러를 들여 영입한 스트리머 'xQc' 펠릭스 랑젤. 사진=xQc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킥'에서 1억달러를 들여 영입한 스트리머 'xQc' 펠릭스 랑젤. 사진=xQc 인스타그램

xQc를 파트너로 영입한 '킥'은 2023년 1월 베타 서비스 형태로 열린 신생 플랫폼이다. 트위치에선 금지된 도박 방송 등이 가능하고 구독료 등 매출 수수료를 5%로 훨씬 저렴(트위치 기준 50%)하게 매긴 일종의 '대안 플랫폼'이다.

킥은 xQc를 영입함으로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다. 킥 측은 xQc와의 계약을 발표한 다음날인 18일 "단 24시간 만에 100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새로 킥에 가입했다"며 "이건 씨앗을 틔우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내놓았다.

xQc와 킥의 계약에 대한 업계인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높은 계약금에 자율성까지 보장한 킥의 행보에 '과감하고 공격적인 행보'라는 호평도 있으나, 킥의 설립 과정 자체가 트위치의 정책 전환과 깊은 연관이 있고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면에서 거의 흡사한 '카피캣'이란 점을 들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례로 킥의 대표는 호주의 온라인 암호화폐 기반 도박 업체 '스테이크(Stake)'의 소유주인 에드워드 '에디' 크레이븐이다. 스테이크를 비롯한 온라인 카지노들은 지난해 9월, 트위치가 '인가받지 않은 도박 사이트'를 방송 중에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며 트위치에서 퇴출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치면 아프리카TV에서 선정성이나 폭력성 등의 이유로 퇴출된 BJ들이 '팝XXV'나 '팬XXV'를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킥을 실제로 활용해봤는데, 모바일 앱 버전은 지연이 심해 보기 어려웠지만 웹 버전만큼은 트위치에 버금가는 안전성을 보였다"라고 평했다.

킥(위)와 트위치의 메인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각 플랫폼 웹 사이트이미지 확대보기
킥(위)와 트위치의 메인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각 플랫폼 웹 사이트

킥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xQc의 이번 계약이 트위치가 지난 몇 해 동안 둬온 '자충수'와 이로 인한 스트리머들 사이에서의 '민심 악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것에는 많은 업계인들이 동의하는 편이다.

스트림해칫에 따르면 트위치는 지난해 글로벌 개인방송 플랫폼 총 누적 시청시간 전체의 77.6%를 점유한 압도적 1위 플랫폼으로 2위 유튜브의 15.2% 대비 5배, 3위 페이스북 게이밍의 7.2%와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다.

트위치가 압도적 점유율을 보임에 있어 핵심이 되는 차별점은 온전히 '라이브 방송'에 집중한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유튜브는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가 핵심이고 라이브 방송은 덤에 가깝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가 주요 콘텐츠다. 자연히 실시간 방송의 매끄러움, 이용자 인터페이스의 편의성 모두 트위치가 앞선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트위치 스트리머가 구독료로 거둔 매출에 매기는 수수료를 30%에서 50%로 상향(유튜브는 30%)하는 등 '수익성 강화' 정책을 이어감에 따라 스트리머들의 지속적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매체 스크린랜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스트리머 중 최소 다섯 명이 트위치에서 유튜브로 주력 플랫폼을 옮겼다.

특히 한국에선 지난해 말부터 최고 시청 화질을 1080p(픽셀)에서 720p로 하향하거나, 국내 최대 e스포츠 행사로 꼽히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중계권 협상에서 한국어 중계권만 배제하는 등 '한국 차별' 논란도 일었다. 이로 인해 한국 스트리머들 중에서도 킥에서 방송하는 것을 시도하는 사례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대니얼 클랜시 트위치 대표. 사진=트위치이미지 확대보기
대니얼 클랜시 트위치 대표. 사진=트위치

트위치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던 중, 모기업 아마존은 올 3월 16일 트위치의 창립 멤버인 에밋 쉬어 대표를 대신해 구글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을 거쳐온 거물급 개발자 대니얼 클랜시를 새로운 대표로 선임하며 분위기 일신에 나섰다.

그러나 이달 7일 △파트너가 아닌 일반 스트리머도 타 플랫폼 방송 동시 송출 전면 금지 △방송에 광고 배너를 노출 시 화면의 3%로 제한 등 '개인 브랜드 광고 제한' 정책을 동시 발표한 후 대형 스트리머들이 잇달아 '보이콧' 등을 거론하며 성토에 나섰다.

이에 트위치는 "광고 가이드라인을 보다 명확히 다시 제시하겠다"며 정책을 철회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50% 수수료 정책에 대한 비판 역시 고려해 '파트너 플러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 10월부터 적용될 이 프로그램은 3개월 간 350명 이상의 정기 구독을 받은 스트리머에 한해 1년간 매출 10만달러(약 1억2800만원)까지 수수료를 30%로 절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동시 송출 전면 금지는 그대로 밀어붙였는데, 송출 금지 대상 플랫폼의 예시로 유튜브, 페이스북과 더불어 '킥'이 명시됐다. 이에 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무명 플랫폼을 트위치가 직접 저격해 스트라이샌드 효과(특정 정보를 검열하려 시도한 것이 유명세를 얻어 역효과가 나타남)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평했다.

루드윅 아그렌(Ludwig Ahgren) 모이스트 e스포츠의 대표는 "유튜브나 킥 등 경쟁 플랫폼으로 스트리머가 이주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트위치가 내놓은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그렌 대표는 2021년 11월 '탈 트위치'를 선언한 스트리머로, 현재 유튜브에서 49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현재 트위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난 2년 간의 실책에 더해 중요한 정책을 단 며칠, 심지어 하루 전에 발표하는 등 '불통'이 더해져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라며 "한 두번의 사과나 정책 수정으로 고칠 문제가 아니며, 경영진의 의사 결정 구조 등 기본적인 틀부터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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