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미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 대배심은 이날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가 한 전직 포르노 여배우와의 성관계 사실을 숨기려고 입막음용 돈을 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트럼프는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2006년 7월 네바다주의 한 골프장에서 만나 성관계를 했고, 대니얼스가 이 사실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6800만원)를 준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AP통신은 “트럼프가 기소됨에 따라 오는 2024년 대통령 선거 판도에도 중대한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줄곧 혐의 사실을 부인하면서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뉴욕 맨해튼 지검은 과거에 두 차례에 걸쳐 이 사안을 수사했으나 정치적인 폭발성을 고려해 트럼프를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이 사건을 재조사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를 끌어냈다. 브래그 지검장이 이달 초에 트럼프에게 연방 대배심에서 증언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기소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공화당 후보 경선에 대비한 예비 선거운동을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직면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검찰이 자신을 체포할 것 같다며 지지자들에게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라고 독려했다. 트럼프는 지난 2021년 1월 6일 자신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폭력으로 점거한 사태를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다시 ‘1·6 사건’과 유사한 시위를 선동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기소를 결정한 맨해튼 대배심이 23명으로 구성됐고, 이 중 과반수가 그의 기소에 찬성표를 던졌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전에 나서면서 대니얼스가 대선 직전에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당시 개인 변호사였던 코언을 보내 그의 입을 막으려고 돈을 줬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코언은 자기 돈으로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를 준 뒤 나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 그룹을 통해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42만 달러를 받았다. 트럼프 그룹은 회사 내부 문건에 이 돈을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했다. 이는 기업 문서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 위반이라고 검찰 측이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만간 맨해튼 지검에 출석해 형식적인 체포 상태에서 법원으로 이동해 공소 사실을 인정할지 견해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