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564억 달러에서 2027년 1346억 달러로 연간 평균적으로 대략 19.9%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이런 예측은 글로벌 배터리 강자인 중국에는 매우 유리한 데이터인 반면에 배터리를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들에는 불리한 구조이다.
중국이 배터리 셀용 정제 재료와 첨단 배터리 제조 기술을 통제하는 것은 미국과 서방에는 큰 도전이다. 휘발유 자동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미국과 서구 자동차 제조업체는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이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이 심해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포드가 세계 최대 리튬 배터리 제조사 중국 배터리 대기업 CATL과 함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계획한 것도 중국의 강한 경쟁력이 작용한 때문이다.
포드가 EV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CATL과 협력하려는 것은 중국 기업들이 양질의 배터리를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상업적으로 불리하며, 미국 내 배터리 회사가 CATL의 크기 및 효율성과 경쟁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포드의 새 공장은 코발트와 니켈 대신 철을 사용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LFP 배터리는 비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길며 발화 가능성이 더 낮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면에서 리튬,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와 경쟁할 수 없는 구식 기술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첨단 연구를 통해 이를 바꾼 것이 중국 기업, 특히 CATL이었다. 중국 셀 제조업체의 혁신 덕분에 중국 EV 배터리 회사들은 글로벌 1위로 등극했다.
중국은 배터리 생산 능력 면에서 상당히 앞서 있으며 본질적으로 현재 매우 유망한 기술인 거의 모든 LFP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코발트와 니켈을 기반으로 하는 배터리도 이런 소재에 대한 전 세계 용량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배터리 재료를 많이 생산한다는 사실은 배터리 생산 비용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V로 전환하기 위해 이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국가들에 대해 중국의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미국 내부에서는 CATL-포드 거래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EV 차량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 관심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 거래를 철회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외국인투자 심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CATL-포드 거래가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이고 EV 차량의 안전 등을 감안해 미국 생산이 수용될지 아니면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가 우세해 불발이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시장의 논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논리와 외교안보 내지 정치 논리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충돌하는 양상이다. 어느 쪽이 더 지지를 받고 우세할지 우리 배터리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할 이유가 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북미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을 약 70%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IRA 시행으로 중국 배터리가 미국에서 생산되지 못하면 LG에너지솔루션ㆍSK온ㆍ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2025년까지 미국의 배터리 생산능력 526GWh 가운데 67.4%인 355GWh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포드가 CATL과의 계약이 성사되어 미국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생산될 경우 한국의 총생산량은 축소되거나 조정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미·중 경쟁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이슈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