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검색엔진의 패권을 두고 선두주자 구글과 후발주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맞붙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MS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검색엔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평가다.
구글은 지난 6일, AI 검색엔진 서비스 '바드'의 정식 출시를 알렸다. 7일에는 MS가 기존 검색엔진 빙(Bing)을 업데이트한 '뉴 빙'의 핵심, AI 검색 서비스 '빙 서치' 앱을 출시했다.
출시 직후 양측의 명암은 엇갈렸다. 구글 '바드'는 8일 파리에서 열린 기술 시연에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처음으로 태양계 외부 행성을 촬영했다"는 오답을 내놓았다. 태양계 밖 행성을 가장 먼저 촬영한 것은 지난 2004년 유럽의 '초거대 망원경(Very Large Telescope, VLT)'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MS의 '빙 서치'는 학습한 데이터의 출처를 명확히 표기하고 이모티콘을 적극 활용해 보다 친근한 답변을 해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출시 직후 세계 각지 애플 앱스토어 인기 앱 순위 최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양사의 경쟁은 지난해 11월 30일 출시된 후 약 40일 만에 1000만 명 이상의 일일 이용자를 끌어모은 웹 AI 챗봇 서비스 '챗GPT'와 연관이 깊다. 챗GPT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정보검색 능률과 사무 능력까지 인정받아 이른바 '차세대 인터넷 검색기'로 불리고 있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협력사로, 올해 "향후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오픈AI에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에 출시한 '빙 서치'의 경우, 챗GPT의 기반 AI 모델 GPT 3.5를 한 단계 발전시킨 이른바 '프로메테우스'를 기반으로 했다.
검색엔진 업계의 1인자 구글 역시 챗GPT의 등장에 '적색 경보'를 내리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일 '바드'를 출시할 때, 피차이 대표가 직접 "구글은 2018년, 업계를 선도해 AI 원칙을 제시했던 기업"이라는 말을 담은 론칭 공식 안내문을 게재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바드'에 관해선 구글 내부에서조차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구글 사내 커뮤니티에서 한 임직원은 "이번 바드 출시는 회사가 시장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만천하에 내비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구글의 나스닥 주가는 107달러에서 94달러까지 약 12% 급락했다. 시가총액 약 1700억 달러(약 217조원)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MS는 255달러대에서 최고 273.8달러까지 7.2% 치솟았으며 이후 260달러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AI 검색엔진 출시 경쟁은 MS가 웃으며 일단락됐지만, 'AI 패권경쟁'은 이제 막을 올렸으며 구글이 완전히 패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 의견이다. 구글은 이미 검색엔진 분야, AI 분야 양면으로 오랜 기간 역량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가 발표한 지난해 기준 미국 검색엔진 이용자 점유율에서 구글은 87%를 기록, 2위 빙(7%)보다 12배 많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또 구글은 자회사 딥마인드를 내세워 바둑 AI '알파고', 미세화학 분석 AI '알파폴드' 등 각 업계에 충격을 준 AI들을 선보여 왔다.
버클리 경영대학 하스(Haas) 스쿨 이사를 지낸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조시 베신은 "바드를 직접 이용해봤는데 시연회 때의 악평과 달리 챗GPT 등 경쟁자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았다"며 "구글은 오랜 기간 수천 명 규모의 AI 조직을 운영해온 업체로, 경쟁에서 쉽게 밀려날 기업이 결코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구글은 오랜 기간 AI 기술을 기존 검색엔진에 내재화해 왔고 디지털 광고라는 확고한 사업화 모델도 갖추고 있다"며 "기술력은 분명 좋은데 마케팅 역량이 부족해 밀리는 듯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 분석사 머틀리 풀의 키스 스페이츠 연구원은 "AI는 무수히 많은 시장 가능성을 품고 있고 구글이 AI 전쟁에서 '완패'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며 "만약 구글의 패배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MS 등 라이벌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글의 실수로 자멸하는 형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