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부호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가 올 한해 날린 자산이 6600억달러(약 837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의 자산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유례 없는 특수를 누린 IT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올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크게 줄어든데다 미국 중앙은행의 잇단 금리 인상 조치에다 40여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 IT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때문이어서 특히 IT 업계를 대표하는 부호들의 자산 감소 폭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미국 IT 업계를 대표하는 억만장자들이 올 한해 날린 자산은 4330억달러(약 549조6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 가운데 가장 크게 손실을 본 기업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와 포브스에 따르면 머스크 다음으로 자산이 크게 줄어든 억만장자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 래리 페이지 및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스티브 발머 MS CEO인 것으로 파악됐다.
◇머스크 순자산 178조 증발…압도적 으뜸
28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가 올들어 70%나 빠진 결과 머스크가 지난 1년간 날린 순자산은 1400억달러(약 177조7600억원)에 달해 다른 억만장자들이 범접할 수 없는 낙폭을 기록했다. 머스크의 순자산은 대부분 테슬라 주식에 연동돼 있어서다.
지난 1월 3일 기준으로 400달러(약 50만원)에 거래됐던 테슬라 주식은 이후 폭락세를 거듭한 끝에 27일 기준으로 113달러(약 14만원)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호의 자리를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에 내줘야 했다.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도 150억달러(약 19조원) 줄었지만 머스크에 비할 바 아니었기 때문이다.
◇베조스 2위, 저커버그 3위
IT 업계에서 머스크 다음으로 지난 한해 자산이 가장 많이 감소한 인물은 베조스 아마존 전 CEO로 증발한 순자산은 863억달러(약 109조50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아마존 주가가 올들어 50% 정도 폭락한 때문이다.
‘메타버스’ 비전에 올인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하고 논란만 일으켰던 저커버그 메타 CEO는 간발의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메타 주가가 올 한해 65% 이상 빠진 결과 증발한 저커버그의 순자산은 811억달러(약 102조9000억원)로 추산됐다. 그 결과 1년 전 세계 6위 부호였던 그의 위치는 1년 사이 세계 25위로 고꾸라졌다.
4위와 5위의 불명예는 페이지 및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에 돌아갔다. 페이지의 경우 461억달러(약 58조5000억원), 브린의 경우 448억달러(약 56조9000억원)가 각각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6위는 286억달러(약 36조3000억원)가 날라간 게이츠 MS 창업자가, 7위는 207억달러(약 26조3000억원)가 증발한 발머 MS CEO가 차지했다. MS 창업자와 CEO가 나란히 6~7위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8위는 166억달러(약 21조원)가 날아간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로 파악됐다.
한편, 기업인은 아니지만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결별하면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매켄지 스콧의 순자산도 지난 한해 377억달러나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여왕’이란 별칭이 생길 정도로 왕성하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탓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