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선장의 지휘로 새롭게 출항한 트위터호가 대격랑에 휩싸였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하기 무섭게 트위터에 대한 대수술 작업을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자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핵심 업무에 속하는 정보 보안과 준법경영을 책임지는 트위터 임원 두명이 한꺼번에 사직한 것으로 드러났고 미국 연방정부가 이른바 ‘트위터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공식 인수한 뒤 처음으로 10일(이하 현지시간) 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서신에서 가짜계정을 척결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최우선 순위 업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택근무제를 철폐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으나 오히려 논란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임직원의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는 가운데 머스크의 의도와는 반대로 트위터에 올라오는 가짜뉴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트위터에 비상이 걸렸다는 관측이다. 보안 책임자를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떠나고 전체 직원의 절반이 줄어든 상황에서 트위터가 이에 대처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호가 출범한지 불과 2주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한 형국이다.
◇요직 맡은 임원들 줄줄이 퇴사
온라인매체 더버지는 “대미언 키런 최고정보보안책임자와 리아 키스너 최고준법경영책임자가 최근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트위터 관계자들의 전언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키스너의 경우 전날 올린 트윗에서 사직한 사실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슷한 시점에 머스크가 새 총수가 된 후 광고 및 마케팅 책임자로 진급해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트위터 광고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온 로빈 휠러와 신뢰 및 안전부문 책임자인 요엘 로스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머스크의 트위터호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이다.
◇머스크 “재택근무 폐지, 유료 구독 서비스 확대에 올인하라”
머스크 첫 사내 이메일 서신은 트위터 임직원 입장에서 최후통첩으로 해석될 내용으로 가득찼다는 지적이다.
그 이 서신에서 밝힌 내용은 크게 보면 △앞으로 갈 길이 험난할 것이니 모두가 집중해 근무에 임할 것 △재택근무는 머스크가 개인적으로 승인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모든 직원은 주 40시간 이상 근무할 것 △전체 매출에서 광고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이고 유료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확대하지 않으면 경기 침체 국면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 구독 서비스 확대에 전사적으로 매달릴 것 등이다.
앞서 머스크는 트위터 블루의 사용자 계정 인증 서비스를 유료화하겠다고 천명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트위터 블루뿐 아니라 트위터에서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를 유료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온라인 광고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최대한 수익모델을 다양하게 발굴해 파고를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머스크 “수익확대 못하면 파산 가능성” 경고
그러나 머스크의 고강도 업무 지시는 이메일 서신를 통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1일 가진 직원과 간담회에서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블룸버그는 트위터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는 트위터가 내년 들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익 확대에 올인하지 못할 경우 파산이 불가피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주요 임원들이 한꺼번에 사직한 것은 머스크 새 총수가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더버지에 따르면 트위터의 정보보안팀에서 변호사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이날 트위터 직원용 사내 게시판인 ‘트위터 슬랙’에 올린 글에서 “머스크 새 총수는 트위터에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트위터 법무팀 책임자로 있는 알렉스 스피로 변호사로부터 “머스크는 우주에 로켓을 쏘는 인물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 같은 것은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FTC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조직으로 독과점이나 불공정거래 문제 등을 규제하고 감독한다.
머스크의 개인 변호사 역할도 하고 있는 스피로의 이같은 발언은 머스크와 FTC의 충돌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머스크는 금융시장 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도 여러차례 충돌한 전력이 있다.
◇FTC “트위터 혼란 사태,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트위터의 혼란 양상이 격화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연방정부도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FTC 공보실은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트위터가 머스크에 인수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깊은 우려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어떤 최고경영자도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FTC가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관련해 트위터가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트위터에 막대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신 트위터로부터 재발 방지 약속을 받은 바 있는데 이 약속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위터의 보안 관련 중역들이 일제히 사직한 것에 대해서 FTC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내 게시판에 머스크 비판 글을 올린 변호사는 “FTC의 판단에 따라 트위터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가 다른 나라와 어떤 제휴를 하고 있는지, 기술적인 제휴를 맺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외국 기업들을 관여한 상황을 살필 가능성을 시사한 것.
실제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부호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2대 주주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말 밝힌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