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트렌드로 자리 잡은 라이프스타일을 하나 꼽는다면 '웰니스'가 있습니다. 웰니스는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에 친환경적이면서도 건강한 음식과 정신 안정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가 늘어났는데요. 호텔업계에서도 자연과 숲, 건강식을 강조한 힐링 서비스들이 종종 보입니다.
60여년 동안 수목을 가꿔온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일찍이 식물을 주제로 자연 속에서 즐기는 휴식의 경험을 제공해왔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지난달 모던 유러피안 퀴진 레스토랑 '더 큐'를 오픈했는데요. 기존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페스타'를 리뉴얼해 영국 '큐 왕립 식물원'에서 영감을 받은 '숲속 온실 정원'을 구현했습니다.
온실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에 알맞게 더 큐에 들어서자마자 식물로 구성한 플랜테리어가 눈길을 끕니다. 레스토랑 전면 유리창 너머로는 푸른 나무 전경과 함께 펼쳐지는 넓은 정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국 왕립 식물원이 왕족 휴식처로 만들어진 식물원인 만큼 더 큐 또한 실내외 경계 없이 휴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죠.
그렇다면 음식은 어땠을까요? 더 큐의 메이 코스 요리를 직접 먹어봤습니다. 환영 음식은 허브칩을 손가락으로 집어 감자무스에 찍어 먹는 요리였습니다.
허브칩은 호텔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충남 예산 농장의 허브를 직접 수확해 빻고 말린 것인데요. 트러플 감자 무스와 함께 먹으면 허브칩과 감자무스의 각 풍미가 적절한 조화를 이룹니다. 환영 음식부터 팜투테이블 다이닝으로 자연친화를 강조하는 호텔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렬한 첫인상 후에 '부라타'를 맛봤습니다. 토마토를 마리네이드해 내린 투명한 주스에 방울 토마토를 넣고 그 위에 부라타치즈를 올린 샐러드입니다. 대개 샐러드에는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여 먹는데요. 이와 달리 치즈 위에 올려진 발사믹 펄은 생선 알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정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새콤한 토마토와 부드러운 치즈가 이루는 맛의 조화를 발사믹 펄이 더 돋아줍니다. 또한 치즈와 토마토, 발사믹 펄 모두 떠먹는 양을 조절할 수 있어 깔끔하게 먹기에 편리합니다.
'트러플 & 세페 카푸치노'는 양송이 벨루테에 트러플과 세페로 만든 크림을 얹고 버섯칩으로 장식한 수프입니다. 뭉근한 수프의 질감은 이름에 맞게 카푸치노처럼 부드럽습니다. 버섯칩을 저어 먹으면 버섯향이 극대화 돼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길 수밖에 없는 음식입니다.
'푸타네스카 스파게티니'는 이탈리아 디핑 소스인 바냐카우다 베이스에 해산물과 각종 토핑을 넣어 볶은 오일 스파게티입니다. 바냐카우다가 올리브오일, 앤초비, 마늘을 넣은 소스인 만큼 면과 재료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심심치 않은 맛을 냅니다. 푸타네스카가 '잡탕'을 의미하는 것에 따라 단순하지 않고 다채로운 맛을 구현한 것이죠.
'1+ 한우 안심 100g'은 한우 안심 구이와 함께 트러플 감자무스와 아스파라거스, 구운 피망으로 구성됐습니다. 트러플 소금, 홀그레인 머스터드, 레드와인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 고객의 취향을 배려한 세심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예산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 조리한 아스파라거스는 구웠음에도 아삭한 식감을 유지합니다. 부드러운 한우 안심 구이뿐만 아니라 함께 나온 채소와 소스에서도 개성이 느껴지는 요리입니다.
디저트로 나온 '레몬 & 딜라이트 볼'은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둘다 제공합니다. 겉보기에는 아이스크림처럼 보이고, 한 스푼 떠내면 반숙 계란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아이스크림도 계란도 아닌 디저트는 레몬 무스로 만든 구슬 볼입니다. 올리고당으로 만든 말토가루와 먹으면 레몬의 상큼함과 단맛을 느낄 수 있어 코스 요리를 마무리 하기에 깔끔합니다.
메이필드호텔은 더 큐뿐만 아니라 호텔 전반을 식물 테마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넓은 정원과 숲속 산책로 등을 갖춰 자연이 주는 휴식이라는 콘셉트를 잘 갖추고 있죠. 조경이라는 강점을 식물원에 접목해 선보인 더 큐는 이를 잘 반영한 공간입니다.
메이필드호텔은 앞으로도 식물이 주는 편안함과 가치를 계속해서 알린다는 방침입니다. 자연에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지속해서 나아가겠다는 포부죠. 메이필드호텔이 다음에 보일 행보는 무엇일까요?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