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고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일부 관광지의 경우, 아예 렌터카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코로나19 팬데믹, 마이크로 칩 위기 및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하면서 단지 단기적인 시장 충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렌터카 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런 변화의 모습으로 렌트비의 지속적인 상승, 전기자동차나 중국 브랜드의 자동차 보급, 그리고 떠오르는 P2P 자동차 공유 시장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렌트시장의 위기
이 위기는 세계적인 봉쇄조치로 202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볼 수 있던 에이비스-버짓(Avis-Budget)의 렌터카 매장은 거의 3분의 2가 문을 닫았고, 회사 전체 매출은 2020년 전년도 대비 41%나 감소했다. 유로카(Europcar)의 경우 2020년 매출도 42% 감소했으며, 구조조정과 회생절차 진행 전에 파산을 선언한 헤르츠의 경우 46%가 하락했다.
렌탈 회사들은 이 위기의 타개책으로 보유하던 자동차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영국 산업협회인 영국 렌탈&리스협회(British Vehicle Rental and Leasing Association)에 따르면 영국 내 렌트카 수가 30% 감소했다. 허츠(Hertz)의 대변인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70만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22년 1분기는 48만1000대까지 떨어졌다. 유로카의 경우는 2020년 1분기, 29만3000대에서 2021년에는 18만7200대로 감소했다.
이 경영 전략은 렌트카 시장의 주요 고객인 기업과 휴가철 이용객이 집에만 갇혀있어야 하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적절한 자구책이 되었다. 시장 조사 회사인 이비스월드(IbisWorld)의 분석가인 유슈프 앨린슨(Yusuf Allinson)이 말하듯이 "가치가 떨어지고 돈을 벌지 못하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봉쇄조치가 완화되고 여행이 재개되면서 렌터카 회사는 자동차 칩 부족 사태로,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생산 조립되는 부품 공급망 문제로 차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렌트카 부족으로 렌트비는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소비자 단체에 따르면 부활절 기간 자동차 대여 비용은 포르투갈, 키프로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및 프랑스에서 2019년 수준에 비해 평균 135% 급증했다. 앨린슨은 "자동차 값이 상승하고 연료비도 더 들고, 구매 수요도 더 많아졌다. 따라서 렌트비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P2P 자동차 공유
아마도 여행을 계획하는 가족에게는 미리미리 렌트카를 잘 예약하는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옵션이 있다. 바로 개인에게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자동차 공유 플랫폼이다. 투로(Turo), 겟어라운드(Getaround) 또는 하이야카(HiyaCar)와 같은 공유 서비스는 부족한 렌터카 차량를 확보하는 동시에 연료비 등 많은 유지비를 지출해야 하는 자동차 소유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하이야카는 작년 대비 예약이 220% 급증했으며, 투로 서비스 이용 자동차 소유자의 수입은 10배 증가했다.
P2P 자동차 공유 플랫폼은 에어비앤비 서비스처럼 제공된다. 현재 에어비엔비가 현재 78억8000만 달러의 시장 가치를 지녔지만, 개인 소유 자동차가 대부분 96% 운행 중인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간 자동차 공유 서비스는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제 전통적인 렌터카 시장의 어려움과 높은 가격으로 인해 활성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투로의 부사장인 자비에 콜린스(Xavier Collins)는 "편리한 이용방법이 P2P 자동차 공유가 제공하는 또 다른 이점"이라고 말한다. 도시 가장자리의 렌트 포인트로 가지 않아도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이용 가능한 차를 찾을 수 있다. 도시 사람들에겐 분명 장점이지만, 휴가차 온 외부 관광객들은 어떨지? 현재 영국에 본사를 둔 하이야카는 관광객보다는 현지 이용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그러나 올해 방문객 전용 서비스를 추가하기를 희망한다), 투로와 겟어라운드는 여행자를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겟어라운드는 교통 허브의 주차장에 자사 이용 전용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기차역 근처에 전용 공간을 갖고 있다.
투로는 한발 더 나아가 자사의 자동차를 공항 도착 구역으로 직접 배달하며 차량 소유자는 자동차 키를 서비스 이용자에게 직접 건네거나 앱을 통해 잠금장치 해제가 가능한 경우 공항 주차장에 주차해 놓으면 된다.
투로, 겟어라운드 및 하이야카와 같은 플랫폼은 에어비엔비 등 소위 공유경제 서비스 기업과 같은 이점이 있다. 겟어라운드 유럽의 부사장인 헤게르네스(Heggernes)도 "플랫폼의 자동차는 개별 회사가 소유하지 않는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부족 사태는 실제로 우리가 염려하는 부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플랫폼 사업자가 차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국에서는 하이야카가 15만명 등록 이용자를 위한 2000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투로는 영국에 300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겟어라운드가 16만대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공유 플랫폼은 낯선 사람들이 자신의 차로 여행하도록 하려는 개개인의 의지에 달려있고, 이는 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차량을 깨끗하게 유지한 채 빌려줄 자세가 필요하다. 플랫폼 서비스 가입 업무 담당자인 헤게르네스는 "그것은 어려운 요구 조건이지만, 생활비 상승으로 그런 제안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추가 수입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아야카는 또한 지속적인 공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자체 클럽 차량으로 보충하는 방법이다. 15만대 등록 이용자와 비교할 때, 하이야카는 단지 2000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350대는 '자동차 클럽' 일부 소유다. 이들은 하이야카가 소유한 차량이 아니라 최소 수입을 보장하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이다. 그 목적은 아직 자동차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 차량를 추가로 보내 주는 것이다.
하이야카의 공동 설립자인 롭 라무르(Rob Lamour)는 "수요는 많지만 자동차가 충분하지 않다.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빌릴 차를 다양하게 찾을 수 없으며,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자동차 클럽은 또한 대중교통 발달로 자가 운전자 수가 점점 줄어들지만, 임시 렌탈 수요가 여전히 높은 런던 도심지와 같은 일반적으로 차량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렌터카의 대응책
전통적인 렌터카 회사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순수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팬데믹 이전에도 렌터카 회사들은 P2P 시장, 운행 차량 및 공항 하차 구역의 제한 등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를 요구해 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렌트카 기업들은 운행 차량들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식스트 영국(Sixt UK)의 전무 이사인 팀 베터스(Tim Vetters)는 "현재 우리의 글로벌 운영 렌트 차량 수는 거의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구매가 여전히 어려워 폭넓은 제조업체 풀을 활용하고 보유기간 또한 늘리기 시작했다.
허츠의 최근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의 평균 운행 기간은 2019년 미주 대륙에서는 18개월, 그 외 지역은 12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주 대륙에서 사상 최고치인 25개월, 그 외 다른 지역에선 20개월에 달한다. 유로카의 최신 분기별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자동차 제조업체 브랜드 및 전기 자동차로 전환하여 그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전략은 점점 효과를 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붕괴되었던 렌터카 회사의 운행 차량 대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일부 미국 정책당국은 약탈적 가격 책정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허츠는 구조 조정 후 기록적인 분기별 이익 발표와 함께 영업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렌트카 산업의 미래
P2P 자동차 공유 서비스 등 새로운 도전이 없더라도 자동차 부족 사태는 렌터카 시장에서 장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렌트 가격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영국 렌탈&리스협회의 기업 업무 담당 이사인 토비 포스톤(Toby Poston)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너무 많은 차량을 생산했기 때문에 업계가 부분적으로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렌터카 회사는 과잉생산된 차량을 대량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여 렌터카로 수명이 끝날 때 재판매하거나 제조업체와 환매 프로그램을 체결하여 단기간 자동차를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 두 가지 전략 모두 렌터카 회사들이 선호했지만 이제 자동차 제조업체가 인수하여 더 이상 차량을 손해 보며 판매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요인은 연료 가격 상승과 더불어 자동차 가격, 그리고 렌트 가격을 높게 유지하게 한다.
이로 인해 P2P 자동차 공유 회사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P2P 자동차 공유 회사가 성공하더라도 아마도 에이비스-버짓과 허츠의 수익에 타격을 입히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차 소유권의 개념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생산량이 충분치 않지만, 실제로는 자동차가 부족하지 않다. 우리는 필요 이상의 차량을 가지고 있으며, 그 차량들은 주차되어 있거나 운행 거리도 짧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국의 도로에 4000만 대의 차량이, 미국에는 2억7600만대의 차량이 있다. 이제 렌터카 회사의 차량이 수십만 대 감소했지만, 도로 모퉁이나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들로 그 부족한 차이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