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대표이사가 SNS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55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에 관해 적잖은 족적을 남긴 머스크 대표의 행보는 블록체인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머스크 대표는 트위터 인수와 더불어 뉴욕증권거래소의 트위터 주식을 상장 폐지,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한 편 트위터 알고리즘 공개·이용자 제한 최소화 등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언론'을 만들어가겠다고 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블록체인 업계는 머스크 대표의 트위터 인수 이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트위터가 지난 1월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서 NFT(대체불가능토큰) 프로필 사진을 등록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親 블록체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물론, 많은 블록체인 업체들이 트위터를 주요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인수 관련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 22일, 미국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는 트위터와 제휴, 크리에이터가 암호화폐 USDC를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USDC는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 코인(특정 자산과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암호화폐)으로 미국 달러와 가격이 연동된다.
머스크 대표는 2019년부터 암호화폐 도지코인(DOGE)에 관해 꾸준히 언급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초에는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비트코인의 가격 폭등에 일조했는데, 4개월 뒤 돌연 비트코인을 비판하며 해당 발언을 철회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5일 125센트대에 머무르던 도지코인의 가격은 머스크 대표가 트위터를 인수했다는 발표가 나온 후 최대 30.9% 상승한 16.3센트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3만85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역시 트위터 인수 발표 후 4만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6% 가까이 올랐다.
트위터 인수 효과를 톡톡히 누린 도지코인이나, 해당 블록체인 개발에 참여한 잭슨 팔머는 이번 인수를 두고 "자유로워야할 SNS가 적대적 인수 합병의 표적이 됐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머스크 대표의 트위터 인수와 뒤따르는 개혁이 가져올 역효과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도지코인 열풍과 뒤따른 밈 투자 열풍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진도지 코인"이라고 설명했다. 진도지 코인은 지난해 5월 출시된 도지 코인을 패러디한 암호화폐로, 거래소 상장 하루만에 개발자가 '블록딜'을 통해 약 26억원을 벌어들인 후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 모두 폐쇄해 대표적인 '먹튀' 사례로 꼽힌다.
투자 전문지 파이낸셜 익스프레스는 "트위터 인수 협상 과정에서 암호화폐 '일론 바이즈 트위터(EBT)'가 22일 등장, 출시 하루만에 시가 60배인 0.02센트까지 가격이 치솟았다"며 "밈 투자 열풍을 노린 펌프 앤 덤프(Pump-and-Dump)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EBT는 26일 기준 0.00005센트대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비영리 미디어 감시 단체 MMFA(Media Matters for America)의 안젤로 카루손 회장은 "이번 트위터 인수는 언론을 두고 벌어진 전쟁에서 허위 정보를 퍼뜨리려는 세력이 승리한 사례"라며 "절대적인 자유라는 미명 하에 거짓말의 수문이 열려 정보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블록체인 전문지 코인텔레그래프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어떤 형태로든 블록체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머스크 대표가 14일 올린 트윗을 인용했다. 해당 트윗에서 머스크 대표는 "트위터의 최우선 과제는 암호화폐 사기꾼들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계정, 스팸메일을 뿌리는 봇 등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터너 라이트 코인텔레그래프 기자는 "주주들의 승인 과정과 규제 당국의 심사 등이 남아있는 만큼 아직 경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잭 도시 전임 트위터 대표보다 10배 이상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머스크 대표의 행보는 당분간 블록체인 업계는 물론 소셜 미디어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