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작심한 듯 미국 정부를 상대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 파장이 일고 있다. 비판 대상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빠지지 않았다.
29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머스크 CEO가 전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IT 행사 ‘코드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초청연사 자격으로 마이크를 잡고 “바이든 정부는 테슬라에 대해 편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심지어 “노조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조립공장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둘러싸고 주정부와 격돌한 적은 있지만 머스크 CEO가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노조에 장악돼 있다는 취지의 직격탄을 날린 것은 처음이다.
◇백악관 전기차 행사에 테슬라가 빠진 사건
그러나 그가 노조를 언급한 것은 최근 벌어진 사건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5일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보급율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를 백악관에서 진행했는데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 크라이슬러의 후신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의 대표는 초청한 반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대표는 초청하지 않은 일이 있었기 때문.
빅3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의 레이 커리 위원장도 이 자리에 내빈으로 초청됐다.
전기차 업계의 압도적인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대표를 초청하지 않은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가 상당했다. 테슬라가 무노조 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테슬라 총수가 초청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자동차 지원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지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는게 백악관의 입장이고 테슬라도 분명히 그에 속한다”면서도 “오늘 초청된 업체들은 UAW 조합원들이 소속된 미국을 대표하는 3대 제조업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나머지는 여러분이 판단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실제로 이날 연설에서 “백악관에서는 GM, 포드, 크라이슬러와 UAW는 초청하면서 테슬라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면서 “그날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GM고 포드차가 전기차 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테슬라에 대해서는 ‘테’자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해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이 정도면 테슬라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느냐”면서 “가장 기업친화적인 정부는 분명 아니고 노조 휘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다만 사회자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기를 기다리고 있거나 스스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둘 다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머스크 “월급 한푼도 안받기 때문”
한편, 그는 테슬라가 그동안 미국 정부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수주를 하고 지원금도 받아왔을뿐 아니라 최근 본인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전 CEO를 제치고 최근 세계 1위 부호로 올라섰음에도 그동안 쥐꼬리만한 소득세만 납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머스크 CEO는 “소득세 납부 실적이 적은 것은 테슬라에서 월급을 한푼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으로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에 오른 사실과 관련해서도 그는 “주식을 꼭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시도해본 적도 없다”면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천년만년 성공가도를 달리라는 보장이 없을뿐 아니라 두 회사 모두 과거에 파산 위기를 여러번 맞은 적도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