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없이도 살 수 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쿠팡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잇따른 배송기사 사망 사고에 이어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근무 환경과 관련한 소비자의 반발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다수 인터넷 커뮤니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쿠팡 불매와 탈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화재 발생 당일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한국 쿠팡 의사회·등기이사직 사임 발표 시기가 겹치며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쿠팡 측에서는 화재와 무관하게 결정된 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가 안전 확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창업자가 국내 등기이사직에서 내려오면 쿠팡에서 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김 창업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조 측에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의 책임이 쿠팡의 부실한 안전관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부는 "수많은 전기장치가 돌아가고, 전선이 뒤엉킨 상황에서 화재 위험은 배가 된다"면서 "평소 정전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지만 쿠팡의 대책 마련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작동이 많다며 꺼둔 스프링클러(자동 물뿌리개)는 지연 작동했고, 평소 화재 경고 방송의 오작동이 많아 노동자들은 당일 안내방송도 오작동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면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먼저 화재를 발견한 단기 사원이 있었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신고를 못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과거 쿠팡이 배송·물류센터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쿠팡의 배송·물류센터 노동자 9명이 숨졌지만, 김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사과한 적은 없었다. 지난해 배송기사 과로사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을 때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 전무가 참석해 대리 사과했다. 이번 화재 사건 당일에는 한국 내 지위를 모두 내려놓자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김 창업자가 쿠팡 출시 초기부터 강조한 것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다. 그러나 노동 환경 문제가 계속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쿠팡 없이도 살 수 있다"면서 쿠팡 불매·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쿠팡은 화재로 일터를 잃은 덕평물류센터 직원들에 대해서는 상시직 1700명의 경우 근무를 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정상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단기직을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는 다른 쿠팡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는 전환배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지 않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불매 운동이 거세질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획기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과거 남양유업의 사례를 따라갈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