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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의 세계] '싸기만 한 상품'은 옛말…대형마트 위협하는 편의점 PB의 위상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프리미엄' '이색' '친환경' 옷 입고 큰 인기 누려

손민지 기자

기사입력 : 2021-05-18 10:17

CU의 '헤이루 라면득템'은 업계 최저가 라면 상품이다. 사진=CU이미지 확대보기
CU의 '헤이루 라면득템'은 업계 최저가 라면 상품이다. 사진=CU
편의점 업계가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독자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각각 4610만 원, 4291만 원이었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9만 원, 154만 원이 줄었다. 점포의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떠오른 만큼 편의점들은 유통 마진, 마케팅 비용 등을 최소화하고 연쇄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PB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CU는 지난 4월 BGF리테일의 통합 PB ‘헤이루(HEYROO)’로 업계 최저가를 넘어 대형마트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선보였다.
삼양이 생산을 맡은 ‘헤이루 라면득템’의 1봉지 가격은 기존 편의점 봉지라면 평균가의 4분의 1 수준인 380원이다. 제로 칼로리, 무당(無糖) 제품인 ‘헤이루 스파클링’ 역시 100㎖ 당 가격이 일반 제조사 상품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일반 제조사 상품은 물론 업계에서 내놓은 자체 브랜드 탄산수 중에서도 최저가다.

CU의 관계자는 PB 상품을 필두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상품들을 내놓는 이유로 “편의점 장보기 문화가 확산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좋은 접근성과 짧은 동선, 간편한 결제 등 편의성이 높은 쇼핑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대비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긴급하게 필요한 상품이나 소량의 상품만 구매하는 채널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으로 향하면서 생필품과 식자재 상품들의 매입 규모가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GS25는 매년 다른 콘셉트의 PB 빙수를 판매해왔다. 올해는 5종의 PB 빙수로 여름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사진=GS25이미지 확대보기
GS25는 매년 다른 콘셉트의 PB 빙수를 판매해왔다. 올해는 5종의 PB 빙수로 여름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사진=GS25


매년 다른 콘셉트의 PB 빙수를 신상품으로 선봬 온 GS25는 올해 ▲레드멜론빙수 ▲세부망고빙수 ▲인절미빙수 ▲수박화채빙수 ▲팥빙수 등 총 5종의 PB 빙수를 판매한다.
이 중 세부망고빙수는 2015년 출시된 이후 누적 100억 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한 ‘25%망고빙수’를 GS25가 프리미엄급으로 보완해 지난 2019년부터 내놓고 있는 상품이다.

정구민 GS리테일 일배기획팀 담당 MD는 “매년 GS25의 신상품 빙수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날 정도로 편의점 프리미엄 빙수 붐을 불러일으킨 GS25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트렌드 분석부터 사전 기획을 치밀하게 준비해 신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GS25는 강릉초당두부를 새롭게 해석한 ‘강릉초당두부케이크’ 등 식음료업계와 협업한 PB 상품 구색을 늘려가고 있으며, 4월부터는 한국 상품 역직구 사이트 ‘Daebak’에서 GS리테일 PB 유어스 상품 14종이 포함된 ‘유어스 이즈 대박’을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18일 '얼쑤얼水'로 편의점 무라벨 PB 생수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세븐일레븐이미지 확대보기
세븐일레븐은 18일 '얼쑤얼水'로 편의점 무라벨 PB 생수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CU와 GS25, 이마트24에 이어 PB 생수를 ESG 경영을 실천하는 수단의 하나로 바라봤다.

이 회사는 최근 PB 생수의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무(無)라벨 PB 생수 ‘얼쑤얼水’를 내놨다. 이름에는 ‘지구를 지키는 물’이라는 뜻과 함께 ‘친환경 상품을 이용하고 환경을 지키면 어깨춤이 절로 난다’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해당 상품 표면에는 라벨은 물론 어떤 인쇄물도 표기돼 있지 않다. 용량, 수원지 등 상품 필수표기 항목은 병뚜껑 라벨지에 표시했다. 병뚜껑에는 7종의 멸종위기 동물 그림을 넣어 환경과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븐일레븐은 PB 상품 분야를 도시락·신선식품·HMR(간편식)로 나눠 각각 한끼연구소’ ‘세븐팜’ ‘소반이라는 별도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PB상품 매출 구성비는 지난해 기준 36.4%로 업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이외에도 이마트24는 ‘민생’과 ‘아임이’, 미니스톱은 치킨브랜드 ‘치킨퍼스트’ 등을 PB로 두고 관련 판촉 행사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특히 CU의 PB 수제맥주인 ‘곰표 밀맥주’의 인기에 GS25는 ‘캠핑 맥주’ 콘셉트의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며, 이마트24는 ‘최신맥주’라는 상표권을 출원하며 수제맥주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PB 상품의 매출이 늘면서 ‘가성비 상품’이라 불리던 기존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편의점이 대형마트와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건 PB 상품의 활약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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