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전국 30개 마권 장외발매소 중 3곳을 내년 5월까지 폐쇄한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논란이 돼 온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인근 주민의 반발을 마사회가 받아들여 내린 조치다. 일부 장외발매소 폐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에 내몰린 마사회는 물론 국내 말산업과 관련 종사자들을 더욱 옥죄일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 4월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된 국회를 중심으로 국내 말산업을 살리기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온라인 베팅)'를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과 맞물려 장외발매소를 대체할 수 있는 카드로 '온라인 마권 허용'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마사회와 말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 원종동 부천 장외발매소가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부천 장외발매소는 지난 1995년 개장했으나 문을 연 초기부터 사행성 조장 등을 이유로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자 부천시가 아예 부천 장외발매소가 입주해 있는 건물을 매입해 마사회와 직접 임대계약을 맺었다. 부천시와 마사회의 임대계약이 올해 연말로 끝나면서 부천 장외발매소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내년 3월에는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는 장외발매소도 없어진다. 대전 장외발매소의 폐쇄는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마사회는 지난해 11월 대전 장외발매소를 내년 1분기까지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대전시에 제출했다.
현재 운영이 중단된 서울 광진구 워커힐 장외발매소도 임대기간 만료로 내년 5월 최종 폐쇄된다.
마사회가 장외발매소 3개를 없애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의 반발과 민원으로 더이상 장외발매소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내 마권발매는 과천, 부산, 제주 등 경마공원 3곳과 전국 장외발매소 30곳에서만 가능하다.
특히, 장외발매소가 접근성을 고려해 도심지역에 많이 위치해 있는 탓에 사행성을 조장하고 인근 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주민 반발에 시달려 왔다.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이같은 지역사회와 마찰을 없애는 동시에 말산업계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마권발매 자체를 무조건 사행성 행위로 백안시하는 경마산업 반대론자들은 여전히 "장외발매소 주변 주민들의 반대에서 보듯 온라인 마권발매를 허용했을 때 국민들이 얼마나 반대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말산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마권발매 반대론자의 주장은 장외발매소 주변 주민이 반대하는 이유가 '자신의 집 근처에 혐오시설(사행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마권발매 허용으로 장외발매소가 없어진다면 국민과 지역사회는 오히려 환영할 것이라며, 전체 국민이 온라인 마권발매를 반대할 것이라는 반대론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경마 소비자도 "마권발매 장소의 접근성이 좋으면 마권을 소액으로 구입하는 경향이 있으나, 접근성이 나쁘면 하루종일 발매장소에 머무르며 마권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접근성이 나쁘면 도박중독에 빠지기 더 쉬워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즉, 장외발매소가 줄어들고 온라인 베팅도 허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마권구매 공간과 기회가 제한돼 도박중독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산술적으로 온라인 마권발매가 허용되면 기존 장외발매소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인근 주민 갈등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장외발매소 환경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온라인 마권발매 허용 이후 장외발매소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마권발매의 63.1%에서 26.7%로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 마사회의 경우, 장외발매소를 통한 마권발매 매출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승남 의원은 "온라인 마권발매를 도입하면 장외발매소 수를 줄여나가면서 현행 장외발매소가 가진 사회 문제를 상쇄시켜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사회 관계자도 "온라인 마권발매 제도가 도입되면 온라인 발매 비중에 맞춰 단계적으로 장외발매소를 폐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마사회와 국내 말산업계의 피해를 눈덩이로 커지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이 빨라야 내년 2~3월께 국내 접종될 예정이어서 내년 상반기까지 말산업계의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미국·유럽 등 말산업 선진국들은 온라인 마권발매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불법경마사이트 근절, 사행심리 저하 등 부수효과도 거두고 있는 반면, '온라인 발매 금지'의 재갈이 물린 국내 말산업은 피해 확대는 물론 말산업 기반 붕괴를 우려하며 국회의 입법 움직임만 '희망' 삼아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