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화웨이 제재로 매출 15%가량 증발"
1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제3국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화웨이의 반도체 기술발전 1등공신으로 평가받아왔던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 제재로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핵심 반도체 부품 수급 길이 막혔던 화웨이는 자체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과 TSMC 간 거래를 통해 필요 부품을 구해왔다. 하이실리콘이 스마트폰 두뇌인 AP 등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설계하면 TSMC가 제품 생산을 맡는 형식이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일부 외신은 "이번 제재로 TSMC 매출의 15%가 증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결국 TSMC가 화웨이로부터의 신규 주문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제재 불씨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영역으로까지 번지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까지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삼성, TSMC 매출 감소 반사이익 누릴 것…SMIC, 기술력 떨어져 대안 한계"
다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이번 제재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2030년까지 '비(非)메모리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TSMC 매출 감소는 곧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 기대감이 반영돼 전날보다 1.99%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TSMC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지만 SMIC의 미세공정 기술력이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현실성은 낮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와 TSMC 관계가 멀어지면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2위 삼성전자 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중국의 SMIC가 대안으로 떠오르길 기대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필요로 하는 14nm 이하 선단공정에서는 SMIC가 아닌 삼성전자가 더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이번 제재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