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선상에 있던 SKT와 카카오가 돌연 손을 잡았다. 이들은 28일 상호 주식을 맞교환 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T는 3000억 원 규모의 자사 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 발행으로 SKT에 지분을 넘겨준다. SKT는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T의 1.6% 지분을 갖게 된다.
업계에서는 ICT 관련 서비스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던 카카오와 SKT의 결합이 최근 구글, 넷플릭스 등 유수의 글로벌 IT강자들과 대응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양 측은 일반적인 업무협약(MOU)나 파트너십이 아니라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을 택해 앞으로 양 사 간 협력 관계를 매우 공고하게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SKT 관계자는 "단일 영역에서의 MOU 체결과 달리 이번 협력은 지분 교환이 수반돼, 더욱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면서 "협력은 사업, 서비스뿐 아니라 연구개발(R&D)까지 포함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이번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이들은 일단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 제작자(CP)라는 측면에서부터 입장이 갈린다. 또 지난 2010년부터 카카오가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이동통신사들은 문자메시지 수익을 잃어야 했다. 카카오톡에 대응하고자 이통3사는 RCS 서비스 '조인' 등을 내놓았지만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피커 분야에서는 SKT는 누구를 카카오는 헤이카카오를 내놓으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티맵과 카카오T 등 내비게이션앱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음원 플랫폼 FLO와 멜론 등이 대립한다.
팽팽한 경쟁을 지속하던 도중 상호 협력을 모색한 데는 두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사업 영역을 서로 합하는 것이 경쟁보다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이번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로 크게 ▲통신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미래ICT 분야를 꼽았다.
국내 1위 이통사업자 sK텔레콤과 양대 포털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의 통신-인터넷 서비스가 협업 구도를 그리게 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도출하게 되리란 것은 자명하다. 통신 부문에서는 SKT의 비대면 고객대응 서비스에 카카오 챗봇을 활용하면 서비스 품질 강화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식이다. 지도 콘텐츠 기반 통신서비스는 특히 두회사가 그간 경쟁을 하던 분야여서 협력에 따른 시너지가 예고된다. 예를 들어 SKT T맵으로 콜택시를 불렀는데 오지 않더라도 카카오맵 택시로 연계해 택시를 탈 수도 있다. 또한 5G 통신 시대의 핵심 디지털 인프라인 디지털지도 기반의 강자로 꼽히는 두 회사의 결합은 엄청난 시너지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 배송, 전자상거래, 유통 등에 보다 정밀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커머스 분야에서는 당장 SKT의 11번가와 카카오톡의 선물하기를 합쳐 더욱 확장된 범위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산 상품을 선물하기를 통해 보내는 식의 서비스 연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인터넷은행, 간편 결제 등의 활동도 기대된다.
디지털 콘텐츠 부문에서는 SKT가 지상파3사와 함께 만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시 카카오 콘텐츠제작사 카카오M의 제작 능력, 카카오페이지 웹툰, 웹소설 같은 풍부한 IP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기업은 장기적으로 AI나 사물인터넷, 금융 등 분야 등 미래ICT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원활한 협력을 위한 시너지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 협의체에는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와 유영상 SKT 사업부장이 시너지 협의체 대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상호 협력 사항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기로 했다.
이는 결국 5G시대의 글로벌 IT·미디어 공룡의 국내 시장 진출·공략에 맞대응하고 우수한 IT·미디어 협업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SKT 관계자는 "향후 구체적인 협력 방식과 계획은 양 사 주요 임원진과 실무진들로 구성된 '시너지협의체'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