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난해 메타물질 원천소재기술 개발에 이어 기존 방식보다 선명하고 더욱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나노결정 기반 광대역 메타물질 완전 흡수체 기술을 개발했다. 메타물질은 자연에 있는 물질 구조나 배열 형태를 바꾼 인공 소재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기존 물질과 달리 자연에 없는 특성을 낼 수 있고 매우 얇거나 작고 가벼운 형태로 만들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이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 ‘메타물질 완전흡수체’를 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완전흡수체는 빛이나 전자파를 원하는 파장 영역에서 완전히 흡수할 수 있는 소재로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적외선 센서, 스텔스 등에 응용될 수 있다.
기존 연구된 메타물질 완전흡수체는 가시광 파장 영역 중 좁은 대역에서만 흡수가 일어나 선명한 반사 색상 구현이 어려웠다. 하지만 ETRI 연구진은 기존보다 흡수 대역폭을 늘려 색 재현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원하는 색상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의 성과는 ‘반사형 디스플레이’기술을 개선하는데 쓰일 수 있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직사광선에서는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LCD 디스플레이나 옥외 스크린, 전자책 등에 자주 쓰인다. 연구진이 개발한 메타물질 완전흡수체를 적용하면 반사형 디스플레이의 고화질, 저전력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해상도 픽셀 구현이 가능해 지폐의 위·변조 방지, 브랜드 보호, 홀로그램, 다색(多色) 태양전지 등 분야에서도 많은 활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메타물질 완전흡수체를 구성하는 층의 요소에 변화를 주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흡수체는 주로 금속과 절연체를 이용해 3개의 층으로 만든다. 이때 맨 상단 층은 주로 금(Au)이나 은(Ag) 등 금속을 사용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존 금속 대신 나노 결정 메타물질 소재로 층을 형성했다. 이를 통해 광학 손실률을 높이면서 흡수대역폭을 넓힐 수 있었다. 기존 금속 기반 흡수체의 경우 흡수 대역폭이 28나노미터(nm)였지만, 나노결정 흡수체는 최대 10배 이상 300nm까지 늘어나 보다 선명한 반사 색상을 구현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보다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메타물질이 흡수할 수 있는 파장 대역폭을 넓히고 두께의 변화를 통해 색을 표현한 결과, 색 재현율 33.8%를 기록했다. 메타물질 완전흡수체로 빛이 들어오게 되면 두께 등 메타물질 구조에 따라 흡수할 수 있는 파장 영역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즉, 메타물질 완전흡수체의 두께를 달리 하면서 원하는 색을 구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연구진은 기존의 증착공정대신 낮은 비용으로 손쉽제 제작할 수 있는 용액공정을 이 과정에 접목했다. 용액 공정 방식은 대면적에 낮은 공정 비용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연한(Flexible) 기판이나 고분자 기판제조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두께는 100~200(nm), 2.5cm x 2.5cm 크기의 은 나노결정 기반 플렉서블 메타물질을 제작했다. 이렇게 제작된 메타물질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에서 색상을 구현하는 하나의 픽셀(pixel)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진은 학계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화학회 나노분야 국제학술지인‘응용재료 인터페이스’(AMI) 온라인 2월호에 등재됐다.
홍성훈 ETRI ICT소재연구그룹 박사는 “향후 한 가지 고정된 특성만 나오는 수동 방식의 현재 수준을 넘어 원할 때마다 마음대로 특성을 변경할 수 있는 능동 메타물질 연구와 흡수 대역을 넓혀 색 재현율을 높이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 관련 연구를 지속해 향후 디스플레이 제작업체나 태양전지 회사 등에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가시광파장용 나노결정기반 3차원 저손실 메타소재 개발”사업과 “3D 포토 일렉트로닉스 원천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논문 제 1저자는 김수정 고려대학교 박사 과정생, 교신저자는 홍성훈 ETRI 박사, 이헌 고려대 교수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