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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원이 벌어준 '상폐룰' 재정비 시간

서재필 글로벌이코노믹 증권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재필 글로벌이코노믹 증권부 기자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법원의 제동으로 이른바 '상폐룰'이 전면 유예된 가운데,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코스닥 시총 300억원 기준 상향 조치도 시장 변동성과 기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6개월 미뤄진 상태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소액주주들의 항의와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 소액주주는 기자에게 시총 상폐 규정에 대해 '고의 상폐를 유도하는 졸속 정책'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법원이 '상폐룰'의 절차적 부족함을 지적했다면, 시총 커트라인 제도가 자칫 대주주의 고의적 상장폐지의 합법적 판을 깔아줄 수 있다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다.

‘고의 상폐’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소액주주를 배제하거나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행위다. 실제 최근 국내에서도 사주 일가의 이익 편취와 소액주주 피해를 동반한 고의 상장폐지 의혹이 세무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경우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해 상폐 위기에 몰려도 사재를 털어 시총을 방어할 유인이 사라지며, 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소액주주도 "정부 정책을 핑계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소액주주의 피눈물을 짜내는 체리피킹이 가능해진 셈"이라며 "최소한 PBR 0.5 수준의 강제 매수(매도청구권) 같은 안전장치도 없이 퇴출을 강행하는 것은 개미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행정"이라고 토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상폐 기준 사정권에 든 시총 200억원 미만 코스닥 기업 149개사 중 30.2%에 달하는 45개사가 흑자기업으로 집계됐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중 자본잠식이 없고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영업현금흐름 흑자를 모두 충족한 건실한 기업도 18.6%에 달했다.

물론 '좀비기업 솎아내기'를 통해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살리겠다는 정책의 방향성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정량적 지표인 시총과 주가는 어디까지나 '1차 선별 기준'으로만 활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업 지속성과 재무구조, 현금흐름,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실질 심사'라는 2차 안전장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이번 법원의 제동으로 제도를 재정비할 시간이 생겼다. 단순 숫자에만 매몰돼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피해 가능성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촘촘히 제도를 들여다 볼 시간이다.


서재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bce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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