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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채권시장 판도 바꾼다…빅테크 회사채, 국채와 자금 유치 경쟁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발행 2000억달러 돌파…향후 1조달러 전망
달러 넘어 유럽·캐나다·호주로 조달처 확대…AI 둔화 땐 시장 충격 우려
인공지능(AI)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빅테크의 자금 조달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자금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세계 각국에서 회사채를 쏟아내면서다. 장기물 시장에서는 주요국 국채와 직접 투자 수요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까지 나타나고 있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 발행 규모는 이미 2000억달러(약 272조원)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향후 수년간 추가 발행액이 1조달러(약 1360조원)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자금 조달 무대가 미국 달러화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빅테크들은 유럽과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으로 발행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메타는 올가을 AI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으로 유럽 채권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140억캐나다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앞서 알파벳이 세운 85억캐나다달러 기록을 넘어섰다.
알파벳은 지난달 호주에서 55억호주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해 현지 시장 역대 최대 수준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에는 스위스에서 31억스위스프랑을 조달했다. 아마존도 지난 5월 스위스에서 29억스위스프랑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빅테크의 대규모 발행은 다른 기업의 자금 조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꺼번에 대규모 회사채가 시장에 풀리면서 일반 기업들이 빅테크의 발행 일정을 피해 채권을 내거나, 투자 수요가 몰리는 장기채 대신 단기물 발행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채시장과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빅테크가 장기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국채와 빅테크 회사채를 놓고 수익률과 위험을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마리옹 르 모레덱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T에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이 정부 국채와 경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과거에는 없었던 ‘하이퍼스케일러 30년물과 국채 가운데 무엇을 살 것인가’라는 선택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배경에도 재정과 물가 등 거시경제 요인뿐 아니라 AI 투자에 따른 대규모 회사채 공급이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현재의 변화가 1960년대 유로본드 시장 등장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가장 큰 구조적 변화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AI 투자를 둘러싼 자금 조달이 급격히 불어난 만큼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재 발행되는 채권 상당수는 투자등급 기업이지만 일부 데이터센터 관련 자금은 투기등급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하거나 데이터센터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경우 회사채 가격과 신용시장 전반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데이비드 브라운 뉴버거버먼 투자등급채권 팀장은 “투자등급 미만 시장에서 채권이나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등급 시장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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