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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2조달러 IPO 베팅…고평가 시험대

연말 연환산 매출 1000억~1200억달러 전망
2조달러 몸값은 매출 17~20배…中 저가 AI·정부 갈등 변수
앤스로픽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앤스로픽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투자자들이 오는 10월 기업공개(IPO)에서 2조달러(약 2857조6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월 인정받은 몸값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려면 현재의 폭발적인 매출 증가세가 지속돼야 한다는 관측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산정의 근거로 제시한 연말 매출은 실제 연간 매출이 아니라 최근 실적을 1년치로 환산한 연환산 매출이다. 앤스로픽의 2조달러 몸값은 이 예상치를 기준으로도 매출의 약 17~20배에 달해 공개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AI 성장률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할지가 초대형 IPO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앤스로픽 투자자를 인용해 회사가 오는 10월 IPO에서 2조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클로드를 비롯한 앤스로픽 AI 모델과 도구에 대한 수요 급증을 근거로 들었다.

◇5월 9650억달러서 5개월 만에 두 배 기대

앤스로픽은 불과 석 달 전에도 기록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28일 650억달러(약 92조8720억원)를 조달하면서 기업가치 9650억달러(약 1378조7920억원)를 인정받았다. 당시 투자 라운드는 알티미터캐피털과 드래고니어, 그리녹스, 세쿼이아캐피털 등이 주도했다.

지난 2월에도 300억달러(약 42조8640억원)를 조달한 만큼 앤스로픽이 올해 두 차례 대형 투자 라운드를 통해 끌어모은 자금만 950억달러(약 135조7360억원)에 달한다.

앤스로픽은 지난 6월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비공개 S-1 등록신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상장 자체는 시장 상황과 SEC 심사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2조달러 기업가치는 5월 평가액의 약 2.1배다. 실제로 이 수준에서 상장하면 지난 6월 1조7700억달러(약 2528조9760억원)의 기업가치로 증시에 입성한 스페이스X를 넘어 사상 최대 규모의 증시 데뷔가 된다.

◇연환산 매출 5월 470억달러→연말 최대 1200억달러

급격한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근거는 매출이다.

앤스로픽은 지난 2월 300억달러 자금조달 당시 연환산 매출이 140억달러(약 20조32억원)라고 밝혔다. 불과 석 달 뒤인 5월에는 470억달러(약 67조1536억원)를 넘어섰다. 세 달 사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FT가 접촉한 투자자들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말 앤스로픽의 연환산 매출이 1000억~1200억달러(약 142조8800억~171조45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들어 10배 이상 증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수치를 일반적인 연간 매출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연환산 매출은 최근 일정 기간의 매출 흐름이 앞으로 1년 동안 그대로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계산하는 지표다. 최근 몇 달 사이 매출이 급증하는 기업의 성장 속도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실제 12개월 동안 확보한 매출과는 차이가 있다.

앤스로픽 투자자들의 2조달러 평가에는 결국 올해 말까지 지금의 가파른 고객 증가와 AI 사용량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셈이다.

◇2조달러 몸값, 예상 매출의 17~20배

연말 예상 연환산 매출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환산하면 시장이 받아들여야 할 가격표가 보다 선명해진다.

앤스로픽의 연환산 매출이 1000억달러에 도달할 경우 2조달러 기업가치는 매출의 20배다. 1200억달러까지 늘어나더라도 약 16.7배에 해당한다.

일부 투자자는 성장률을 감안하면 이마저 보수적인 평가라고 보고 있다. 앤스로픽이 연간 약 800%의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다면 매출의 30배 수준도 가능하며, 그 경우 기업가치가 3조달러(약 4286조4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 증시에는 앤스로픽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순수 대형 생성형 AI 기업이 아직 없다. 투자자들은 그 대신 AI 수혜주인 팔란티어와 네비우스 등이 올해 매출 예상치의 약 55배까지 평가받았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2조~3조달러라는 기업가치는 높은 성장률이 단기간에 꺾일 경우 곧바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앤스로픽의 IPO는 매출 규모 자체 못지않게 현재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중국 저가 모델·美정부 갈등이 성장 변수

성장을 위협할 변수도 적지 않다.

중국 AI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을 빠르게 내놓으며 미국 선두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비용을 중시하는 기업 고객이 성능 차이보다 가격을 우선하기 시작하면 고성능 모델을 앞세운 앤스로픽의 가격 경쟁력이 압박받을 수 있다.

FT에 따르면 일부 비용에 민감한 고객들이 이미 더 저렴한 AI 모델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앤스로픽의 모델이 성능 평가에서는 선두권을 유지하더라도 높은 이용 비용이 시장 확대의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와의 관계도 변수다. 앤스로픽은 AI의 자율무기와 대규모 감시 활용을 둘러싸고 미 국방부와 충돌해왔으며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는 미 상무부가 앤스로픽의 최첨단 모델에 일시적으로 수출 통제를 적용하면서 해외 고객의 접근이 제한됐다. 규제는 18일 만에 해제됐지만 당시 조치는 6월 매출 증가세에도 일시적인 영향을 미쳤다.

◇‘AI 성장률’ 자체가 IPO에서 거래된다

앤스로픽의 IPO가 주목받는 이유는 공모 규모만이 아니다.

기업가치 2조달러는 5년 전 설립된 기업이 불과 몇 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 높이는 사례다. 이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현재 매출이 아니라 앞으로도 매출이 몇 배씩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다.

2월 140억달러였던 연환산 매출이 5월 470억달러로 늘고 연말 1000억~1200억달러까지 증가한다는 예상이 실현된다면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부담은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나 규제, AI 투자 열기 둔화로 매출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면 현재 투자자들이 적용하는 높은 매출배수는 공개시장에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앤스로픽의 10월 IPO에서 시장이 평가하는 대상은 클로드의 현재 매출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업이 기록하고 있는 수백%대 성장률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성장률에 2조달러가 넘는 가격을 매길 수 있는지가 사상 최대 IPO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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