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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외국인 3월 한달간 35조 '사상 최대' 투매

중동발 전운에 '셀 코리아' 가속화...반도체·자동차 직격탄
환율 1520원 돌파하며 자금 이탈 부추겨...'차익 실현 성격' 낙관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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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거래소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의 포화가 국내 금융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된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상 유례없는 탈출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쏟아낸 순매도 규모는 총 35조 8802억 원에 달한다. 이는 ETF, ETN, ELW를 제외한 주식 순수 매매 대금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은 이달 중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팔자' 기조를 유지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특히 올해 하루 1조 원 이상의 기록적인 순매도가 발생한 날이 22일에 달했으며, 7일 연속으로 1조 원 넘게 팔아치운 것 또한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가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에서 한국 비중을 급격히 축소하게 만든 결정적 도화선이 된 셈이다.

■ 반도체·자동차 '대장주의 수난'
외국인의 매도 칼날은 국내 증시의 기둥인 반도체와 자동차 대형주를 향했다. 3월 한 달간 삼성전자의 순매도 대금은 무려 8조 4000억 원을 넘어섰으며, SK하이닉스 역시 3조 7000억 원 규모의 물량이 쏟아졌다. 현대차와 기아 또한 각각 7800억 원, 1200억 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추풍낙엽처럼 흔들렸다.

이러한 투매는 실적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연결된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반도체주를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에 사서 낮은 PER에 팔고 있다"며, 이는 향후 실적 전망치의 추가 상향이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요동치는 환율은 외국인의 자금 이탈에 기름을 부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2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국내 주식을 보유할 유인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은 수출 주도형인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비관론은 일러...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장을 과도하게 공포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쟁 전까지 AI 열풍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했고, 현대차·기아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개 이후 피지컬 AI 기대감으로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즉, 외국인의 매도는 한국 시장 자체를 비관하기보다는 그동안 쌓인 수익을 확정 짓는 '차익 실현'이자, 특정 업종에 쏠린 비중을 조절하는 ''리밸런싱'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자동차 주가 급등에 따른 포트폴리오 쏠림 방지를 위해 매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외국인 매매 방향성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코스피는 현재 혹독한 검증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외국인이 던진 35조 원의 물량을 개인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지금, 시장은 전쟁의 종식과 환율 안정이 가져올 변곡점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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