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쇼크가 부른 인플레이션 공포에 전 세계 '패닉 셀'
연준 추가 긴축 시사에 "현금이 최고"…마진콜 막으려 금까지 내다 파는 투자자들
사상 최고치 찍고 20% 급락한 금값...JP모건 "단기 조정일 뿐 연말 6,300달러 회복"
연준 추가 긴축 시사에 "현금이 최고"…마진콜 막으려 금까지 내다 파는 투자자들
사상 최고치 찍고 20% 급락한 금값...JP모건 "단기 조정일 뿐 연말 6,300달러 회복"
이미지 확대보기22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영어 일간 신문 및 뉴스 웹사이트 더 내셔널(The National)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494.1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36% 급락했다. 이는 지난 1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인 5,608.35달러 대비 약 20%가량 하락한 수치다. 전쟁이 터지면 금으로 자금이 쏠린다는 이른바 '안전자산 공식'이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쇼크와 금리의 역설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있다. 이란과의 교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시장은 이를 곧바로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포기하고 오히려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됐다.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은 고금리 환경에서 보유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현금화' 전쟁
주식과 채권 시장이 동반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증거금 부족(마진콜) 사태에 직면했다.
더 내셔널에 따르면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상품 전략가는 "전망이 불확실해지면 투자자들은 일단 유동성을 확보하려 한다"며 "금은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메우거나 마진콜을 충족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현금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금이 나빠서 파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산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팔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인 금을 내다 팔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적 투매와 심리적 저지선 붕괴
스톤엑스 파이낸셜의 로나 오코넬 애널리스트는 온스당 5,200달러라는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손절매 주문이 폭주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앙은행들의 매입 속도가 둔화되고 금 ETF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등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점도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다.
'디지털 금' 비트코인도 전운에 휘청…7만 달러 하회
전통적 자산인 금뿐만 아니라 '신흥 안전자산' 혹은 '디지털 금'으로 불리던 비트코인 역시 이란 전쟁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미국 내 규제 승인 등 호재가 잇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금과 비트코인의 기묘한 동행
두바이의 멀티매니저 펀드 전문가 예브게니 베브네프는 최근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가 양(+)의 수치로 돌아선 점에 주목했다. 그는 "시장이 비트코인을 단순한 위험자산이 아닌, 거시 경제 위기에 반응하는 독특한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동조화 현상은 이번 위기에서 '동반 하락'이라는 비극으로 나타났다.
△7만 달러 저지선 붕괴와 전망
비트코인은 지난 지난 17일 7만 6,000 달러라는 6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3일 연속 하락하며 7만 달러 선을 내줬다.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뉴욕 주식시장을 강타하자 코인 시장에서도 위험 회피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트레이더들은 이제 연준이 10월까지 금리를 올릴 확률을 50%로 반영하며 시장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의 엇갈린 시선
단기적인 폭락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은 여전하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현재의 가격 하락을 일시적인 '건전한 조정'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각국 중앙은행의 장기적인 수요와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연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6,300달러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은 '안전자산'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들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마비라는 실물 경제의 위협이 금융 시장의 모든 공식을 파괴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현금(Cash)'의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