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그룹 지주사 GS가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서 삼성·SK·현대차·LG·롯데·포스코·한화·HD현대·GS·신세계 등 10대 그룹 상장사가 모두 밸류업에 참여했다.
10대 그룹에 속한 상장사 115개 중 49개사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대형 상장사가 참여 기업의 61.7%를 차지하면서 프로그램의 성패가 이들 기업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산출되는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3일 까지 33.47% 상승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32.99%)을 상회했다. 밸류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밸류업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8294억 원으로, 불과 9개월 만에 67% 늘어나며 시장 관심을 확인시켰다.
다만 주주환원 정책 발표가 곧장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HMM은 2조1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한달동안 주가가 5.76% 하락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5514억 원 규모 소각 이후 9.24% 상승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네이버는 3684억 원 규모 소각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8.72% 떨어졌다. 이처럼 대규모 주주환원이 선언되더라도 실제 주가 반응은 개별 기업의 실적 모멘텀, 수급 상황, 투자심리에 따라 갈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밸류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력으로 이어질 때 증시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신한투자증권 박우열 수석연구원은 "밸류업 ETF는 코스피 대비 성과가 우수하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종목들의 주가 성적 역시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단순히 계획을 발표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실제로 이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주가 차별화가 9월 이후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밸류업에 힘을 실어줄 제도적 뒷받침도 예정돼 있다.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3차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향후 정책 환경이 우호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정기국회 이후 개정안이 본격 논의될 경우 자사주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기업 위주의 리레이팅 기대감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향후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밸류업 이행 여부와 그 성과에 쏠릴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단순한 선언 효과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실적 개선, 자사주 매입·소각, 현금 배당 확대 등 실제 주주환원 지표를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참여 기업들의 적극적 이행이 이어질 경우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가 다시 한 번 상방 돌파를 시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