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12조 원을 웃돌았던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대체거래소(ATS) 출범에도 불구하고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도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하루 평균 코스피 거래 대금은 8조3116억 원(2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도 7조9113억 원으로 2달 연속 10조 원을 밑돌았다.
올해 초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2월 기준 12조2194억 원을 기록했던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3월부터 넥스트레이드(NXT) 출범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가 이를 유예하면서 혼란이 완화됐다.
이달 들어서는 미·중 간 갈등 해소부터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등장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제한되면서 거래 대금도 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 등 중소형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는 점도 거래 대금 상방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대체거래소 출범에도 불구하고 거래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화웨이 제재를 중심으로 더욱 격화되며 글로벌 투자환경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관세 피로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증시 변동성을 키울 뚜렷한 이벤트가 없어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을 이끌 주도주가 부재한 점도 거래 대금이 늘어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초와 달리 미국 증시가 상승 기류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자금이 국내 증시가 아니라 다른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관세 피로감과 주도주의 부재 속에서 투자자들은 단기 상품을 찾거나 안전자산인 금(金)으로 자금을 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기준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237조1817억 원으로 15일부터 4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MMF는 기업어음(CP), 양도성 예금증서(CD), 만기 1년 미만의 채권 등 단기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면서 언제든 환매가 가능해 '대기성 자금'이 모이는 통로로 쓰인다.
같은 날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87조379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15일부터 3거래일 연속 올랐던 CMA 규모는 19일에는 88조9633억 원으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CMA란 증권사가 투자자 예탁금을 활용해 단기간 투자에 운용하는 상품으로, 입출금이 자유롭고 시중은행보다 이자가 높아 투자자들이 파킹용으로 주로 이용한다.
시중 자금이 단기 상품으로 쏠리는 것은 증시 투심이 식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이 발표된 이후인 지난달 9일 2293.70까지 내렸던 코스피는 미·중 관세전쟁 휴전 이틀 뒤인 지난 14일 2640.57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그 뒤 2600~2620선에서 횡보를 이어가다 이날 종가 기준 8거래일만에 2600선이 무너졌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는 일부 경제지표 외에 이슈가 부재한 상황으로 외국인 매수세 유입되며 반등이 나타났으나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기 위한 모멘텀 부족한 반면 관세, 환율 등의 불확실성 변수는 여전하다"며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금통위, 엔비디아 실적, 미 개인소비지출(PCE) 등 예정된 가운데 관망 심리가 연장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