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추납 신청 급증…올 상반기 중국동포가 79.7%
책임투자 원칙 내세우지만 투자 제한엔 신중
연금 고갈 불안 속 국민 신뢰 회복이 과제
책임투자 원칙 내세우지만 투자 제한엔 신중
연금 고갈 불안 속 국민 신뢰 회복이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미국이 중국군사기업(CMC)으로 지정해 조달사업 참여를 제한한 중국 기업에도 6조 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국민연금 수급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이어 국가안보와 연관된 해외 기업 투자까지 문제가 되면서 국민연금의 책임성과 국민 신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30일 국민연금공단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외국인의 추납 신청은 2023년 530건에서 2024년 848건, 2025년 1517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994건이 접수됐다. 특히 중국 국적자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추납 신청 994건 가운데 중국동포가 792건으로 79.7%를 차지했다. 중국동포를 제외한 중국인도 64건(6.4%)이었다. 이어 미국인 47건, 일본인 30건, 캐나다인 29건 순이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에서는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120개월의 가입기간을 채워야 한다. 다만 실직이나 사업 중단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이 있다면 추납을 통해 최장 119개월까지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짧은 외국인도 추납으로 가입기간을 채우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다. 중국 국적자가 국내에서 1개월 가입한 뒤 119개월치 보험료를 추납해 노령연금을 받는 사례도 알려졌다. 추납 제도는 당초 경력단절이나 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가입자의 노후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단기 가입과 추납이 결합될 경우 제도의 당초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과 소득수준 등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결정되는 사회보험이다. 개인연금처럼 자신이 낸 보험료만 그대로 돌려받는 구조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보다 연금으로 받는 금액이 많기 때문에 가입자 수와 수급 구조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기금 재정과 세대 간 형평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외국인이 납부하는 보험료가 지급받는 연금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국인 가입자와 수급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내에 단기간 거주한 외국인의 추납 자격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대통령은 국내 실거주 기간 등을 따져 외국인의 추납 자격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 전문가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가입기간을 충족해 연금을 받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다만 노령연금 수급을 위해 추납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나 국민 정서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외국인은 국민연금 받고…기금은 美 제재 중국기업에 투자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기금 운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외국인의 국민연금 수급 논란이 커지는 사이 기금 운용에서도 중국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국민연금은 미국 전쟁부의 조달 참여가 금지된 중국군사기업(CMC)에도 6조 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CMC는 미국 국방수권법에 따라 중국 인민해방군이나 무장경찰 등에 소유·지배되거나 연계된 기업,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에 기여하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지정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첨단기술과 공급망 분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조달 제한 대상 기업에 국민연금이 투자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한 이유다.
앞서 국민연금은 수년 전부터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문제로도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투자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를 두고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온 것이다.
수익률과 책임투자 사이…결국 남는 것은 '신뢰'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은 기금의 성격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는 사회보험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성과는 가입자의 미래 연금액과 직결된다. 동시에 저출생·고령화로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청년층에서는 “내가 낸 보험료를 미래에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의 단기 가입과 추납을 통한 연금 수급 사례가 늘어나고, 국민연금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군사기업에 수조 원을 투자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내가 낸 돈이 어떤 기준으로 운용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민연금 가입과 수급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 우세하다. 외국인 역시 국내에서 보험료를 납부하고 법이 정한 가입기간과 요건을 충족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상 무조건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원칙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여부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를 내세우면서도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여부는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기금 ESG 통합전략 가이드라인을 통해 국내외 주식·채권에 대해 ESG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종목의 경우 재무적 정보와 ESG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매를 실행하고 있다"면서 "특정 국가·기업 등에 대한 투자 제한 여부는 기금의 수익성, 안정성,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가입자 대표와 전문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roji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