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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AI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면, 부모의 습관부터 바꿔라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AI교육팀장이미지 확대보기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AI교육팀장
아이에게 인공지능(AI)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르치는 부모는 많다. 그런데 정작 아이의 눈에 담기는 것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부모가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다. 저녁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부모, 대화 중에 AI에게 답을 구하는 부모, 모르는 것이 생기면 생각하기 전에 먼저 화면을 여는 부모. 아이는 그 모습을 조용히, 빠짐없이 기억한다.
1961년 에세이집 《아무도 내 이름을 모른다(Nobody Knows My Name)》를 펴낸 미국의 소설가이자 사회비평가 제임스 볼드윈은 "아이들은 어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을 모방하는 데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이 문장이 오늘 AI 시대의 가정에서 다시 날카롭게 살아난다. 아이는 부모가 AI를 어떻게 쓰는지를 보고 자신의 방식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부모의 일상이 곧 아이의 교과서다.

학계도 이미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사범대학교 유아교육연구소 연구팀이 2025년 발표한 분석 결과는 이 현상의 윤곽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라는 개념이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부모가 스마트폰이나 기기를 사용하면서 상호작용이 끊기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구팀은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총 53편의 연구, 6만555명의 참가자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결과, 부모의 테크노퍼런스가 심할수록 아이의 미디어 사용도 문제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부모 중 한쪽이 아닌 양쪽 모두가 이런 행동을 보일 때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회학습이론 등을 바탕으로, 부모의 기기 사용이 관찰학습을 통해 아이의 행동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아이는 부모의 미디어 사용 방식을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내면화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AI 시대에 부모의 가장 큰 교육적 영향력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AI 학습 도구를 사줄지, 어떤 학원을 보낼지가 아니다. 부모가 AI를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가, 바로 그 일상의 장면이다.

문제는 많은 부모들이 자기의 AI 사용 태도를 아직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 아이의 AI 사용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식사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누군가와 대화 중에 AI로 검색을 돌리고,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 생각보다 AI를 먼저 켠다. 그 장면들이 아이의 뇌 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는 잊기 쉽다. 아이는 AI와 함께 사는 법을 교실이 아니라 집 안 어른들의 행동에서 먼저 배운다.

필자가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들을 정리해보면, AI를 대하는 부모의 평소 습관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아이에게 스며든다.

첫째는 '무분별한 의존'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생각해보기 전에 곧장 AI에게 묻는 부모.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막히면 버티는 대신 손가락을 먼저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행동이라고 배운다. 생각의 불편함을 견디는 힘은 그 불편함을 반복해 통과해야만 길러진다. 부모가 그 불편함을 먼저 회피하는 모습을 매일 보여주고 있다면,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하라고 말하는 것은 공허한 주문에 불과하다.
둘째는 '침묵하는 공존'이다.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에 저마다 화면을 들여다보는 장면. 여기서 아이가 배우는 것은 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기기를 꺼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사실이다. 관계보다 화면이 먼저일 수 있다는 암묵적 허가가 이 장면 속에 스며들어 있다. 아이의 집중력과 관계 능력을 걱정하는 부모라면, 이 장면이 매일 반복되고 있지 않은지 먼저 살펴야 한다.

셋째는 '보여주지 않는 기준'이다. 아이에게는 AI를 신중하게 쓰라고 말하면서 부모 자기는 출처도 확인하지 않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모순은 아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드는 교육이다. 말로 가르치는 것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다를 때, 아이는 언제나 몸으로 보여준 것을 따른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창한 AI 교육 프로그램보다 부모 스스로 일상의 태도를 바꾸는 작은 변화가 먼저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AI를 쓸 때는 그 과정을 소리 내어 설명해보자. "엄마도 이게 헷갈려서 AI한테 물어봤는데, 이 부분은 좀 이상한 것 같아. 같이 확인해볼까?" 이 한 문장이 단순한 AI 사용을 비판적 사용의 살아있는 모범으로 바꿔 놓는다. 아이는 AI의 답을 그냥 복사하는 어른이 아니라 AI와 씨름하는 어른을 보며 자란다.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도 교육이다. 아이에게 집중력을 가르치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기기를 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이 대화가 화면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만 전달된다. 막히는 순간에 AI를 켜기 전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모르는 것 앞에서 곧바로 기기를 열지 않고 잠시 생각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는 살아있는 수업이다. 인내와 사유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AI 시대 아이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는 많다. 그런데 그 걱정의 방향이 종종 엉뚱한 곳을 향한다. 어떤 AI도구가 학습에 유용한지, 어떤 사용 규칙을 정해야 하는지를 먼저 따지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아이 앞에서 어떤 어른으로 살고 있는가. 아이는 어른의 규칙보다 어른의 일상을 더 오래, 더 깊이 기억한다.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부모보다 AI를 어떻게, 얼마나 잘 쓰는지를 매일 보여주는 부모가 더 강력한 교사다.

볼드윈의 말처럼, 아이는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의 삶을 모방하는 데는 실패하지 않는다. AI 시대 부모의 진짜 교육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부모 자기가 어떤 습관으로 살아가는가에서 시작된다. 아이의 AI 교육을 바꾸고 싶다면, 내일 아침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먼저 엎어두는 것부터 하면 된다.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EBS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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