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고물가와 고금리는 소상공인의 비용 구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원재료 가격과 임대료, 공공요금이 동시에 오르면서 매출이 정체돼도 고정비는 줄일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됐다. 가격 전가 능력이 부족한 영세 상인들은 손실을 감내하며 버티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인건비 상승도 경영 압박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만성적 인력난이 겹치며 고용 유지 자체가 부담이다. 일부 사업장은 가족 노동에 의존하지만, 이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져 서비스 품질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전반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경기 둔화 장기화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은 골목상권에 가장 먼저 반영되었다. 소비는 대형 유통사와 플랫폼, 프랜차이즈로 집중되고 지역 상권은 빠르게 비어간다. 상권 붕괴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주거 환경 악화와 지역 공동체 해체로 번지며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
폐업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자영업자의 대출 의존도도 급격히 높아졌다. 운영자금과 생계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은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가 된다. 이는 부채의 질적 악화를 초래하며, 개인의 위기가 금융권과 실물경제 전반으로 전이될 위험을 증폭시킨다.
이 같은 시장 현실을 단순한 경기 불황으로 해석하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가린다. 현재의 위기는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다. 정책 대응이 늦어질수록 회복 비용은 커지고, 위기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고착 상태로 접어들 확률이 높다.
연간 폐업 사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고, 창업 3년을 넘기지 못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는 통계는 내수 기반이 근본적으로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기 순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체질 변화의 경고다. 자영업은 더 이상 한국 경제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폐업과 동시에 자영업자 부채 문제도 빠르게 악화했다. 폐업 시 평균 부채가 1억 원 안팎이고, 매출 감소를 대출로 버티는 구조가 일상화됐다. 개인의 실패는 금융 부실과 고용 불안으로 연결되며, 자영업 위기는 점차 한국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시스템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정책자금 공급과 채무 조정, 고용보험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낮다. 대출 중심 지원은 단기 유동성 완화에 그칠 뿐, 수익 구조의 개선이나 업종 전환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다. 연명책에 머물면, 위기는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 위기는 한국 경제 허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상징으로 보여준다. 자영업은 고용과 지역경제, 중산층 유지를 떠받쳐 왔지만, 구조조정 없는 보호와 반복적 창업 유도는 과잉 경쟁만 심화시켰다. 생존을 전제로 한 질적 재편과 선택적 구조조정 없이는 위기 탈출이 어렵다.
소상공인 위기는 곧 고용 위기로 직결된다. 소규모 사업장은 청년과 중장년, 고령층의 주요 일자리 창구였다. 이 영역이 붕괴하면 실업과 소득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고, 복지 지출과 사회적 비용은 더욱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용 안전망에 대한 부담도 함께 함께 커진다.
지역 경제와 민생경제 차원에서의 충격 역시 매우 심각하다. 골목상권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와 서민 일상에 중심 역할을 해왔다. 상권 붕괴는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확대하며 국가 균형 발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책 실패와 시장 실패가 동시에 누적해 왔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기 처방 지원에 치중한 정책은 근본 처방이 되지 못했고, 플랫폼 규제와 공정 경쟁 환경 조성 역시 여전히 미흡했다. 구조적 개선 없이 지원만 반복할 경우, 위기는 연장되고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소상공인 문제는 민생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사회 구조개혁 전략의 핵심 과제다. 재정·금융·산업·지역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골목에서 시작된 경고를 외면한다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매우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