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을 향해 미국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전날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신규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려는 기업들은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구체적인 기업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과 대만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한미·미대만 무역 합의에 따른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것이 산업 정책”이라고 말했다.
◇ “미국에 안 지으면 관세 100%”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국산 반도체 전반에 대한 관세 부과는 유보한 상태다. 대신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교역 상대국들과 협상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백악관은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반도체 관세와 함께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보완 프로그램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삼성·SK하이닉스 겨냥한 압박
마이크론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경쟁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으로 AI 수요 급증에 따라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러트닉 장관은 미국 제조업의 지배력을 회복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그 출발점이 반도체”라고 밝혔다.
◇ 대만엔 인센티브, 한국엔 추가 투자 요구
16일 공개된 미·대만 무역 합의에 따르면 미국에 신규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대만 기업들은 공장 완공 전까지 현재 생산능력의 2.5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다만 공장이 완공되면 이 상한선은 1.5배로 낮아진다. 대만산 제품에 적용되는 기본 관세율은 15%다.
이 합의에 따라 대만 기술 산업은 최소 2500억 달러(약 368조7500억 원)의 대미 직접투자를 약속했으며 TSMC는 기존에 계획된 6개 공장 외에 미국에 최소 4개의 추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투자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약 147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7월 발표된 한미 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대부분의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되 반도체는 당분간 제외했다.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16조25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존 계획을 넘어 얼마나 추가 투자를 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 미국 투자 경쟁 가속
삼성전자는 2024년 미국에 400억 달러(약 59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가운데 170억 달러(약 25조750억 원)는 텍사스주에 고대역폭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시설을 구축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약 40억 달러(약 5조9000억 원)를 들여 첨단 패키징 시설을 짓고 생산과 연구를 포함해 총 150억 달러(약 22조1250억 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미국에 최대 2000억 달러(약 29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약 221조2500억 원)는 미국 내 제조 시설에, 500억 달러(약 73조7500억 원)는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뉴욕주 클레이에 건설되는 공장은 마이크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투자로 장기적으로 4개의 반도체 공장과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