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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 갈등 해소와 상생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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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본사가 7년간 수취한 차액가맹금 약 210억 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를 계약 근거 없는 수익으로 판단하며 부당이득 반환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프랜차이즈 업계 관행이 법적 검증을 받는 사례이다.
피자헛 본사는 가맹점주들이 정보공개서를 통해 수익 구조를 인지했거나 오랜 거래 관행으로 묵시적 합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묵시적 합의를 부정하며 계약서와 정보공개서에 없는 수익 수취는 정당치 않다고 판단했다. 이는 계약 명확성과 투명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번 판결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외식업 본사의 약 90%가 차액가맹금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법원 판결은 업계 관행이 정당화되지 않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사례로 평가된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상생 모델과 합리적 계약 체계를 마련하며 갈등을 줄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는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이 집중되어 있다. 메가MGC커피는 반경 1km 내에만 8곳의 매장을 운영하며, 2020년 이후 전국 가맹점 수는 181% 증가해 지난해 3325개로 가맹점 수 1위를 기록했다. 점포 밀집으로 기존 가맹점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1%, 140% 증가했다. 본사는 가맹비, 교육비, 물품 공급 등으로 수익을 늘렸지만, 개별 가맹점의 평당 매출 상승률은 1.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출점 경쟁 속에서 본사만 수익을 확대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가맹점 평균 폐업률도 높아졌다. 5년 전 2.4%였던 폐업률은 지난해 4.6%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이디야커피는 2020년 2.7%에서 지난해 12.6%로 가장 높았다. 공정위가 2014년 폐지한 출점 거리 제한 이후 본사마다 자체 기준을 두지만 점포 간 간격은 제각각인 실정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지속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본사와 가맹점 간 구조적 갈등이 심화했다. 최근 서울 관악구에서는 피자 가맹점주가 본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진 사건은 개선 필요성을 보여준다.

‘백종원 방지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는 본사의 무분별한 출점을 규제하고, 정부와 본사, 점주 협력을 통해 기술과 혁신 전략으로 힘의 불균형과 정보 비대칭 해소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본사의 리뉴얼, 광고, 신제품 도입 비용이 점주에게 전가되는 현실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본사는 매출 확대를 위한 투자라 하지만, 그 비용 상당 부분은 점주에게 전가된다. 점주들은 현장의 이익 압박과 비용 증가로 신뢰가 훼손되며, 본사와의 갈등이 반복되는 갇힌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비용 부담과 수익 구조 불균형이 근본적 원인임을 보여준다.

필자는 물류와 수수료 문제도 갈등의 중심이라 본다. 본사는 원자재와 포장재를 자체 유통하며 이익을 확보하고, 점주는 본사 이익이 포함된 품목 구매를 강요당한다. 배달앱 수수료 급증, 허위 광고, 위생 논란, 원산지 표기 오류 등 문제까지 겹치며, 산업 신뢰도가 훼손되었다.

미국 프랜차이즈 계약은 점주와 본사의 상호 이익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본사는 브랜드 관리, 마케팅, 교육 지원 등 의무를 수행하며, 점주는 매장 운영과 재무 보고, 품질 유지 등 책임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이는 갈등 예방과 산업 신뢰 확보에 핵심적이다.

일본 프랜차이즈 계약도 상호 의무를 강조하되, 본사 중심 구조가 강하다. 본사의 투자와 운영 지침이 계약서에 상세히 기재되고, 점주는 준수 의무를 요구받고 위반 시 제재가 많다. 한국은 본사 중심 계약이 많아 점주의 권리와 책임이 불명확하며 상호 책임 규정이 제한적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신상품 출시 한계, 과열된 출점 경쟁,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확산 등으로 기존 오프라인 성장 모델이 약화하며, 양적 성장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제도 개선과 상호 책임 규정의 강화, 조정기구 설치 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안정과 상생을 위해 점주의 생존권 보호와 공정한 계약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비용과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상호 책임을 강화하며, 투명한 계약 관리와 조정기구 도입을 통해 산업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이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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