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지난해 10월 타결한 중국과 아세안 간 자유무역협정(FTA) 내용을 보면 전통적인 상품 투자뿐 아니라 공급망 연결과 디지털 협력 그리고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하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에 따라서는 양측 간 밀착 가능성도 커진 모양새다.
물론 다수의 아세안 국가는 중국과 거리두기 중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유럽 시장의 장기 침체에다 한국과 일본도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확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인 아세안으로선 생산품의 수출 시장 확보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아세안 국가들이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국제 무역질서를 파괴하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항하기보다 실용적 노선을 택한 셈이다.
베트남의 경우 협상 카드로 미국 상품에 무관세를 내세웠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역시 고위급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는 등 협상에 적극적이다.
말레이시아 안와르 총리는 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을 정도다. 각국이 개별 협상에 나서게 되면 미국의 맞춤형 거래 논리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 국가 간 양보 경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고 전체적인 협상력을 올리려는 계산에서다.
그렇다고 미국 아니면 유럽이나 일본으로 시장을 옮길 수도 없다. 중국을 견제할 능력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제조와 소비 시장인 중국은 아세안에 자금과 공급망을 제공하는 나라다.
여기서 나온 게 실용주의에 입각한 대내외적인 협상 움직임이다. 아세안이 추구하는 미·중 간 균형외교와 다자주의 협상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도 아세안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첨단 기술력에 기반한 현지화율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중간재 공급망을 아세안에서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