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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만의 세상돋보기] 미국 부활절, 한국 달걀로 위기를 넘는다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이학만 전 국회부의장 특보(현 상품전략연구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학만 전 국회부의장 특보(현 상품전략연구소장).


미국이 달걀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과 대규모 살처분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달걀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부활절을 앞두고 수요가 폭증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 와중에 한국이 20톤의 달걀을 긴급 수출하며 미국 시장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한국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식량 위기 속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달걀 수출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주목받으며, 한국이 향후 글로벌 공급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달걀 시장의 이상 징후


미국의 연간 달걀 소비량은 약 900억 개, 1인당 평균 250개에 이른다. 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와 이상 기후, 물류망 문제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부활절을 앞두고 소비가 20~30% 급증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해외 수입을 확대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주요 공급국인 유럽은 자체 수요를 감당하기도 버거워 수출이 쉽지 않다. 결국 한국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이번에 20톤을 공급하게 됐다.

국내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대미(對美) 달걀 수출액은 최소 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연말까지 매월 3,300만~1억 개의 달걀을 추가 수입해 달라는 요청까지 들어온 상태다. 이를 모두 수출할 경우 총액은 5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달걀 가격 급등은 소비자들의 불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달걀 한 판(12개) 평균 가격은 8.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 3.17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2~3배 이상 뛴 셈이다.

한국산 달걀 수출은 단순한 일시적 대응이 아니다. 안정적인 생산과 철저한 검역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유럽도 외면하는 미국 달걀 시장


미국은 유럽에도 달걀 수출을 요청했지만, 유럽 역시 자국 내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이탈리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주요 생산국은 내수 우선 정책을 펴고 있어 미국의 요청에 응할 여력이 없다.

게다가 유럽 역시 조류 인플루엔자와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한 상태다. 사료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달걀 생산비가 높아졌고, 이는 곧 공급 감소로 이어졌다.
결국 유럽도 달걀 가격이 상승하며 미국처럼 공급망 불안정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확대는 글로벌 달걀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부활절과 달걀, 그 의미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중요한 기독교 축일이다. 달걀은 생명의 시작을 상징하며, 부활절 달걀은 예수님의 부활과 새로운 생명을 의미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사순절 기간 동안 금식하며 달걀을 먹지 않았다. 그러다 부활절이 되면 그동안 쌓인 달걀을 삶아 먹거나 선물하는 풍습이 자리 잡았다. 이후 달걀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전통이 생겨났고, 이는 러시아와 동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퍼졌다.

부활절 달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희망과 재생의 상징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에서는 달걀 부족으로 인해 부활절 전통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국 달걀 위기, 트럼프 관세 영향도 있다


이번 미국 달걀 부족 사태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강화된 관세 정책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2018년 이후 자국 농업 보호를 명목으로 농산물 수입 관세를 인상했다. 그 결과 유럽과 남미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들었고, 미국 내 공급망이 더욱 취약해졌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자, 이를 대체할 해외 공급원이 부족한 현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식량 시장에서는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한국, 글로벌 식량 공급국 도약 기회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달걀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번 미국 수출을 계기로 한국의 농식품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달걀 수출량은 전체 생산량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달걀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의 역할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달걀 수출은 단순한 무역 성과를 넘어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협력을 강화한다면 한국이 안정적인 식량 공급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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