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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두물머리 연꽃 구경

백승훈 시인

기사입력 : 2024-07-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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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연꽃이 피었을까?’
꽃에 핑계를 대고 바람도 쐴 겸 오랜만에 두물머리를 다녀왔다. ‘등대수’라는 관료 냄새 나는 명칭보다 ‘등대지기’라는 말이 거룩하게 들리듯 나는 ‘양수리(兩水里)’라는 행정구역상 지명보다 ‘두물머리’란 우리말 지명이 훨씬 정겹게 느껴진다. 팔당호를 가운데 두고 북한강과 남한강 두 줄기가 합쳐진 곳이라 이름도 양수리가 되었지만 한글로 표기하는 두물머리가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소설가 이윤기의 단편집 '두물머리'로 더욱 유명해진 이곳은 드라이브 코스나 카페촌으로 꽤 알려진 곳인데 한여름엔 세미원의 연꽃이 더해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래된 느티나무들과 드넓은 호수에 새벽에 피어나는 물안개에 연꽃 향기가 번지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세상 시름을 잊게 해주는 곳이 두물머리다.

평일인데다 무덥기까지 해 한적할 줄 알았는데 주차장은 꽉 찼고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400년 넘은 느티나무 아래 벤치엔 빈자리가 없고 색이 바랜 황포돛배를 배경으로 사진 찍은 사람, 연꽃 방죽을 끼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바람을 타는 너른 연잎 위로 이제 꽃대를 밀어 올린 홍련·백련 꽃봉오리들이 반쯤 피어서 바람 속에 고요히 서 있다. 향원익청(香遠益淸)이라 했던가. 곧 멀리 갈수록 맑은 기운을 더하는 연꽃 향기가 두물머리 호숫가에 물안개처럼 자욱해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에 나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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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물안개 어둠에 풀리면/ 운길산 수종사에 저녁 범종이 운다/ 두 강물이 서로 만나 한 물결 이루듯/ 세상 끝까지 함께 가자던 그 약속을 잊었는가/ 나 홀로 찾아온 두물머리 물결만 높네/ 아아~ 그리운 사람 강물 따라 가버린 사랑// 느티나무 가지에 저녁달 떠오면/ 세미원 연꽃 향기 바람에 실려 오네/ 두 강물이 서로 만나 한 물결 이루듯/ 세상 끝까지 함께 가자던 그 맹세를 잊었는가/ 그리워 찾아온 두물머리 바람만 부네/ 아아~ 보고픈 사람 두물머리 물안개 사랑.” 몇 해 전 대중음악을 하는 형이 트로트 곡을 만들었다며 거기에 어울리는 가사를 써 달라고 했다. 밤새워 보내준 음원을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고심 끝에 썼던 ‘두물머리 사랑’이란 노랫말이다.

느티나무 아래 나무 벤치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물의 정원을 바라보며 옛일을 헤아려 본다. 오래전, 벗들과 양평으로 문학기행을 와서 이윤기의 소설집 '두물머리'에 대해 밤새워 얘기하고 새벽에 물안개를 보러 느티나무 아래까지 걸어왔던 기억들. 생각해보면 어디 그뿐이랴.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추억이 더 있을 터이나 대부분의 기억은 물안개에 흐려진 강 건너 풍경처럼 아슴아슴하기만 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뜨거웠던 사랑도, 가슴을 아리게 하던 아픔도 세월의 강물을 따라가고 나면 다 부질없는 것. 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어나는 꽃처럼 주어진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최선의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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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은 자신의 산문집 '허송세월'에서 이렇게 적었다. “젊었을 때,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세상을 내려다볼 때 나는 세상 속으로 내려가고 싶었고, 산 밑에서 산봉우리를 올려다볼 때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지금은 이쪽저쪽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둘레길을 조금 걷다가 마을버스 타고 마을로 돌아온다.” 철 따라 꽃들은 피어나고, 계절은 어김없이 다시 돌아오지만, 계절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우리 마음의 벽에도 큰물이 지나간 강기슭의 물에 할퀴인 자국처럼 추억이 남게 마련이다. 나이 들수록 욕심을 줄이고 그렇게 새겨진 추억들을 잘 간수하고 마음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두물머리를 떠나오며 김훈의 글을 되새김질하듯 곱씹는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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