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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다시 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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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얼음이 풀리는 ‘우수(雨水)’가 지나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더니 물오른 꽃나무 가지에 꽃봉오리가 부풀기 시작했다.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시선은 창밖으로만 향하고 남녘에서 다투어 날아드는 꽃 소식에 마음은 이미 꽃밭 한가운데 나앉은 듯하다. 꽃쟁이들의 SNS에 올라오는 사진 속엔 흰 눈을 이고 핀 노란 복수초를 비롯해 변산바람꽃이나 분홍노루귀꽃 같은 야생화가 넘쳐 난다. 그런가 하면 TV 뉴스에서도 제주의 유채꽃, 섬진강의 매화나 구례의 산수유 개화 소식을 알리며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의 기지개를 켜라고 채근을 한다.

산수유와 매화,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 벚꽃, 유채, 튤립, 철쭉 순으로 펼쳐지는 봄꽃 퍼레이드는 남해안에서 피기 시작해 서울과 중부지방에 도달하기까지는 대략 보름 정도 소요된다. 위도에 따라, 온기와 햇볕, 기상과 지형에 따라 개화 시기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더구나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으로 인해 요즘은 차례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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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났으니 이젠 ‘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서울의 봄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의 기운을 느끼며 산책길에 나설 때마다 유심히 꽃나무 가지를 살피고 마른 풀 사이로 초록의 새싹을 찾곤 한다. 한결 명랑해진 물소리를 들으며 천변을 걷거나 소공원의 꽃나무 가지를 살피며 어딘가에 와 있을 것만 같은 봄을 찾는다. 하루가 다르게 키를 높이는 수은주처럼 천변 둑을 따라 걷다 보면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천변 둑에 앉아 쑥이나 냉이 같은 나물을 캐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 고향의 풍경이 겹쳐져서 아련한 추억에 젖기도 한다. 아직은 겨울빛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게 분명하지만 머지않아 천지간에 봄빛이 가득 차서 출렁일 것이다.

꽃이 인간의 마음을 우주처럼 열리게 하고 끝없이 사랑받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색(色), 향(香), 미(味)가 좋은 차(茶)의 조건이듯이 꽃의 아름다움은 모양과 색 그리고 향기에 있다. 꽃 모양은 천차만별이지만 눈여겨보면 모두 대칭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꽃잎의 규칙적인 배열과 질서 정연한 반복은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꽃이 지닌 다양하고도 매혹적인, 밝고도 선명한 천연의 색은 매혹적이다. 모양과 색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꽃인데 화룡점정이랄까. 꽃의 향기는 언어 이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짙고 연한 꽃향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력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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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SNS에서 '연두가 흐른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연두! 노랑과 초록이 적당히 어우러진 신비한 생명의 색이 바로 연두색이다. 사전에서 연두(軟豆)를 찾아보면 '완두콩의 빛깔과 같이 연한 초록색'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다시 말해 연두는 완두콩의 빛깔을 닮은 색이란 의미이다. 하지만 연두를 그렇게 한 가지 색으로 규정짓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새잎이 돋는 봄 숲을 생각하면 다양한 색감과 느낌을 지닌 연두가 떠오른다. 같은 연두색의 새잎이라도 햇빛을 받았을 때와 그늘에 있을 때의 느낌이 다르고, 떡갈나무 새잎과 붉나무의 새순이 지닌 오묘한 색깔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그 오묘한 색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색의 조합이 봄 숲의 연둣빛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봄빛이란 다양한 꽃빛과 새싹의 연둣빛이 어우러진 빛의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곱고 아름다운 꽃빛만도 아닌, 풋풋하고 생기 넘치는 연둣빛만도 아닌 서로가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 생동하는 봄빛처럼 다시 찾아온 봄을 온몸으로 느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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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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