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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북한산 산개나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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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개나리꽃이 피었다. 일주일쯤 전에 산책길에서 꺾어 물병에 꽂아둔 개나리 가지가 비로소 꽃을 피운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봄은 오고 꽃은 필 테지만 하루라도 빨리 꽃이 보고픈 내 마음을 개나리꽃은 어찌 알았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꽃망울이 튀밥처럼 보이더니 하룻밤 자고 나니 드디어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것이다. 올망졸망 피어난 개나리꽃이 창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개나리꽃의 꽃말은 ‘희망’이다. 봄에 피는 꽃에 잘 어울리는 꽃말이다.

노란 ‘희망’의 개나리꽃 한 송이 눈에 담고 북한산을 향해 집을 나섰다. 아직 봄을 입에 올리기엔 뺨을 스치는 외기가 차갑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봄은 마음으로부터 온다. 그래서 마음이 추운 사람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고, 가슴에 봄빛을 품은 사람은 한겨울에도 봄을 느낄 수 있다. 전철을 타고 구파발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송추로 이동해 오봉탐방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여성봉, 오봉, 우이암을 거쳐 우이전철역에 이르는 약 10㎞나 되는 만만찮은 산행 코스다. 이렇게 멀고 험한 길도 거뜬히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것은 좋은 동행 덕분이다. 함께 길을 걸어온 벗들에게 새삼 고맙기만 하다. 북한산 동쪽 우이령길 너머에 있는 여성봉, 오봉은 도봉산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억겁의 세월 속에 비바람 눈보라를 견디며 빚어진 바위들의 기기묘묘한 형상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응달진 곳엔 희끗희끗한 잔설이 보이기도 하지만 햇살 받은 솔잎에선 한층 생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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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은 해마다 600만 명 이상의 등산객이 찾는 명산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북한산을 오르내려도 북한산에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수종으로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제193호 및 특산식물 제117호로 지정된 산개나리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탐방센터 근처에서 운 좋게도 산개나리 가지에서 열매가 맺혔던 자리를 볼 수 있었다. 물푸레나뭇과에 속하는 산개나리는 높이가 약 1m까지 자라며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개나리와 달리 잎 뒷면에 뽀송뽀송한 솜털이 있고 꽃은 옅은 노란색을 띤다.

1919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보고된 북한산 산개나리는 북한산국립공원을 대표하는 깃대종이다.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란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종을 가리킨다. 산개나리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산개나리는 산에서 자라므로 북한산을 오르내리다가 개나리꽃을 보았다면 산개나리일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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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개나리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소나무 숲이 울창해지며 일조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종자를 활용해 새 개체를 만드는 보통 나무와 달리 산개나리는 가지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는 ‘무성증식’을 한다. 무성증식은 동일 개체를 대량 번식하는 쉽고 빠른 방법이지만 군락의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 병해충과 환경 변화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산개나리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나리와 달리 열매를 맺는다는 점이다. 다행인 것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산개나리를 지키기 위해 2012년부터 산림청 주도로 북한산 일원에 특별보호구역을 조성하고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도 있듯이 사람이나 꽃나무나 곁에 있을 때 관심을 가지고 잘 돌보아야 한다. 사라진 뒤에 아쉬워하고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꾸준히 서식지를 복원하고 개체수를 늘리는 노력을 하다 보면 봄마다 북한산에서 누구나 쉽게 노란 희망의 꽃 산개나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산개나리 필 즈음 한 번 더 북한산에 가야겠다. 노란 ‘희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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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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