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건물·실외기 설치 제약으로 이동식 에어컨 단기 수요 흡수
삼성·LG, 친환경 HVAC 앞세워 프리미엄·B2B 시장 공략
삼성·LG, 친환경 HVAC 앞세워 프리미엄·B2B 시장 공략
이미지 확대보기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을 덮친 '오메가 열돔' 폭염으로 현지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가전 기업들이 이동형 제품과 고효율 공조 솔루션을 동시에 앞세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와 학교 폐쇄, 교통 차질이 이어지며 에어컨이 단순 계절성 소비재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기존 유럽 냉방 시장은 비교적 서늘한 기후와 도시 미관 규제 등으로 에어컨이 필수가전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폭염은 시장의 판도를 바꿨고, 최근에는 노년층 거주지와 학교, 공공시설 등 열기에 취약한 공간을 중심으로 냉방 설비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유럽 냉방 시장은 건축물의 노후도와 엄격한 규제 환경으로 인해 한국·미국과는 시장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평가다.
유럽은 노후 건물과 공동주택이 많고 임대주택 개조 제한, 소음 기준, 문화재·역사지구 외관 규제 등이 맞물려 실외기 설치가 까다로운데다 탄소배출 저감 정책과 냉매 규제도 엄격하기 때문이다. 단순 냉방 성능보다 설치편의성과 친환경성, 에너지 효율 등 다른 조건들이 중요한 이유다.
이동식 에어컨은 실외기 설치나 벽 타공 부담이 없어 유럽 주거 환경에 적합하며, 도시 미관 규제도 피할 수 있어 단기 수요를 흡수하기에 최적의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LG전자는 이러한 유럽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동식 에어컨을 전략 모델로 선정하고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경남 창원 생산라인을 예년보다 빠른 지난 4월부터 풀가동했다.
선제적인 물량 대응 효과는 즉각 나타났으며 지난달 남유럽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다만 유럽 이동식 에어컨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가전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아, 기술력과 친환경성을 강조한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HVAC 제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은 탄소중립 정책과 냉매 규제가 엄격해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친환경 냉매와 히트펌프, 인공지능(AI) 기반 절전·제어 기술을 적용한 고효율 공조 제품의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지 기업 인수와 협력을 통한 시장 공략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유럽 공조 전문 기업인 플랙트그룹을 인수해 상업용·산업용 공조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 최대 공조 전시회 ‘MCE 2026’에서는 삼성전자와 플랙트그룹이 공동으로 중앙공조 솔루션과 주거용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EHS 올인원’,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DVM S2+’를 선보였다.
LG전자 역시 히트펌프 중심의 유럽 HVAC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스페인과 세르비아 등지의 주거단지 1500여 세대에 고효율 히트펌프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GWP가 0.02 수준인 친환경 R290 냉매를 적용한 공기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도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유럽 냉방 시장 확대가 국내 가전 업계의 수익 돌파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냉장고·세탁기 등 전통 가전의 교체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냉방과 난방, 환기, 에너지 관리를 아우르는 공조 사업은 이미 성장성이 확인된 고부가 영역으로 부상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이 일상화되며 관련 시장이 구조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B2B 사업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da9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