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와 함께 미국 집단소송 피소
AI 메모리 호황 속 구형 D램 공급 축소 의혹 부상
AI 메모리 호황 속 구형 D램 공급 축소 의혹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을 누리던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미국에서 D램 가격 담합 집단소송에 휘말리면서다.
소송 자체는 아직 원고 측 주장 단계지만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상황에서 법적 변수가 새로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스트리트는 마이크론이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으로 주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소송은 지난달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됐다. 원고는 소비자와 중소기업 등 17명이다. 이들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구형 D램인 DDR3와 DDR4 생산을 조율해 줄이고 그 여력을 AI용 HBM 생산으로 돌리면서 메모리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2022년 이후 메모리 가격이 최대 700%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세 회사가 글로벌 D램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라는 점도 소송의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 마이크론 주가, 최고치 뒤 5거래일 16% 하락
소송 제기 시점은 마이크론에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다.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마이크론 주가는 소송이 제기된 날 1255달러(약 192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기준 5거래일 동안 16.01% 떨어져 1032.28달러(약 158만원)에 마감했다. 특히 이날 하루에만 10.57% 급락했다.
이번 하락은 단순한 차익 실현인지, 소송에 따른 법적 리스크 반영인지 시장의 해석이 갈리는 대목이다.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 AI 메모리 수요 기대를 타고 급등했고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도 커진 상태였다.
마이크론은 혐의를 부인했다. 마이크론은 모든 관련 법규를 준수하며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밝혔고 소송에 맞서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 쟁점은 HBM 전환이냐, 공급 제한이냐
이번 소송의 핵심은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전략을 어떻게 볼 것이냐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AI 서버에 쓰이는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생산능력을 고부가 제품으로 옮겨왔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가격이 높고 수익성도 크다.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이끈 대표 제품이기도 하다.
반면 원고 측은 이 같은 전환이 구형 D램 공급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명분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한다. DDR3·DDR4 공급이 줄면 PC, 서버, 소비자용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일반 메모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AI 수요 대응을 위한 제품 믹스 조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원고 측은 세 회사가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인 점을 담합 의혹의 근거로 삼고 있다.
◇ 역대급 실적과 법적 부담이 동시에
마이크론은 소송 직전 강력한 실적을 내놨다.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최근 분기 매출은 414억6000만달러(약 63조5000억원)로 1년 전 93억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순이익은 282억4000만달러(약 43조2000억원), 주당순이익은 24.67달러(약 3만8000원)를 기록했다.
HBM 공급도 빠듯하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HBM 생산분이 2026년까지 매진됐고, 현재 고객 수요의 50~66% 정도만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분기에 16건의 장기 고객 계약도 확보했다. 이들 계약에는 약 220억달러(약 33조7000억원)의 고객 약정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월가 일부에서는 소송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의 AI 메모리 성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더스트리트는 애널리스트 30명의 평균 12개월 목표주가가 1563.93달러(약 239만원)로 현재 주가를 웃돈다고 전했다. 캔터피츠제럴드는 소송 보도 직전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1500달러(약 230만원)에서 2000달러(약 306만원)로 올리고 섹터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 과거 담합 전력도 소송 쟁점
D램 업계의 과거 담합 사건도 이번 소송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D램 가격 담합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낸 전력이 있다. 당시 두 회사가 낸 벌금은 합계 4억8500만달러(약 7420억원)로 알려졌다.
다만 과거 전력이 곧바로 이번 사건의 담합 입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8년에도 같은 세 회사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이 제기됐지만 2020년 기각됐다. 이번 소송도 법원이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일지, 초기 단계에서 기각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번 사건은 AI 메모리 호황의 이면을 드러낸다. HBM 수요 폭증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지만 동시에 범용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론 주가 급락은 이 두 흐름이 충돌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AI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은 주가를 떠받치는 요인이지만 가격 담합 소송은 메모리 업계의 공급 조절 전략이 법정에서 검증받는 계기가 됐다고 더스트리트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