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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반도체 전쟁 한복판, 삼성 내부 전선의 균열

성과급 갈등 넘어 미래 투자 리스크로 확산
권리와 책임의 균형 속 지속가능한 해법 필요
산업부 김태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산업부 김태우 기자
삼성전자는 지금 밖으로 싸우기에도 벅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중국 업체들이 한꺼번에 맞붙은 전장이다. 한동안 뒤처졌던 기술 격차를 좁히고 고객사 신뢰를 되찾아야 할 시간도 빠듯하다. 그런데 삼성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외부 경쟁사가 아니라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총파업 가능성으로 번진 것은 단순한 임금협상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전쟁 한복판에서 스스로 진지를 흔드는 일이다.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 성과에 맞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회사가 벌어들인 성과를 임직원과 어떻게 나눌지 투명하게 설명하라는 요구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 투자 재원까지 당장의 몫처럼 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반도체 산업은 오늘 남은 돈을 나눠 갖고 끝나는 장사가 아니다. 지금의 설비투자와 기술 선택이 다음 10년의 생존을 결정한다. 투자 여력이 약해지면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기술 격차가 벌어지면 일자리도 흔들린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성과급도, 고용 안정도, 협상력도 함께 사라진다. 그런데 회사의 이익을 마치 당연히 자신들에게 배분돼야 할 몫처럼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압박 카드로 꺼내 드는 태도는 책임 있는 노동운동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권리의 언어를 앞세웠지만 그 결과가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면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스스로 기반을 허무는 일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한 기업의 손익계산서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핵심이고,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축이다.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질수록 협력사와 고객사, 투자자까지 불안해진다. 노조가 강한 조직력을 갖는 것과 그 힘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조직력이 커졌다고 해서 회사를 상대로 힘을 과시하고, 국가 기간산업의 시간표까지 흔드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로 포장되기 어렵다.
물론 회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과급 산식과 보상 기준을 직원들이 납득하지 못했다면 그 불신을 방치한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 삼성은 성과 배분 원칙을 더 투명하게 설명하고 호황과 불황을 함께 견딜 수 있는 보상체계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 논의가 미래 투자 재원을 당장의 몫으로 나누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투자가 흔들리면 성과의 원천도 사라진다. 우물물을 마시겠다고 우물 벽을 허무는 격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 개입이 거론되는 상황까지 온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긴급조정권은 해법이 아니라 파국을 막는 응급처치에 가깝다. 정부가 파업을 잠시 막을 수는 있어도 무너진 신뢰까지 대신 복구할 수는 없다. 노사가 스스로 해법을 만들지 못하면 삼성의 경영 자율성도, 노조의 협상력도 모두 상처를 입는다. 더 큰 문제는 그 상처를 회사 구성원뿐만 아니라 협력사와 산업 생태계도 함께 떠안는다는 점이다.

삼성의 경쟁자는 안에 있지 않다. 밖에서는 AI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기술 전쟁이 시작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갈등으로 생산과 투자의 시간표가 흔들린다면 가장 먼저 손해를 보는 것도 결국 삼성 구성원이다.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돼야 하지만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회사를 흔들어 얻은 성과급은 오래가지 않는다. 경쟁력이 무너지면 성과급도, 일자리도, 노조의 협상력도 함께 무너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회사를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는 상식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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