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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르기 전에 기름 채워야죠”…기름값 급등에 저가 주유소 몰렸다

서울 휘발유·경유 1900원대 진입
기름값 상승에 운전자 부담 확대
정부 범부처 석유시장 점검
4일 서울 은평구의 한 저가 주유소에 차량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사진=최유경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4일 서울 은평구의 한 저가 주유소에 차량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사진=최유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기름값 급등 움직임에 대해 강력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서울 시내 저가 주유소에는 가격 상승 전 기름을 채우려는 차들이 몰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파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유소 가격도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는 흐름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석유시장 점검반을 가동하고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해본 서울 은평구의 한 저가 주유소에는 차량이 잇따라 들어섰다. 인근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었던 이 주유소 입구에는 주유를 기다리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섰고, 주유기마다 차량이 이어지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93.3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가격은 1915.4원이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4일 1800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6일 휘발유와 경유 모두 1900원대까지 올라섰다. 상승 폭이 컸던 경유는 이미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8일 기준으로는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19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유소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곳이 주변보다 저렴해 차량이 많이 몰린다"며 "어제보다도 30원 정도 오른 가격인데 더 오르기 전에 기름을 채워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유가가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며 "지금이라도 미리 넣어두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또 다른 저가 주유소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주유소 관계자는 "평소보다 손님이 3배 정도 늘었다"며 "기름 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미리 주유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인터뷰 직후 이 주유소는 기름값을 그 자리에서 인상했다. 가격 상승 압력이 현장에서 즉각 반영되는 모습이었다.
저가 주유소에 주유하려는 차량들이 몰려 줄을 서 있다. 사진=최유경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저가 주유소에 주유하려는 차량들이 몰려 줄을 서 있다. 사진=최유경 기자


기름값 상승에 따라 운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덤프트럭 운전자 최모(54)씨는 "평소 하루에 경유 150리터 정도를 쓰는데 최근 며칠 사이 기름값이 200원 정도 올라 하루에만 3만원 정도 부담이 늘었다"며 "한 달이면 90만원 가까이 추가로 나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SUV를 운전하는 20대 노 모 씨는 "며칠 사이 기름값이 400~500원은 오른 느낌이라 더 오를까 봐 걱정된다"며 "같은 금액을 넣어도 예전보다 기름이 덜 들어가는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름값 상승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주유소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 올라 추가 상승 압력도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불법 석유 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석유협회·한국석유유통협회·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관련 단체들도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급격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사들은 공급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충분한 물량을 주유소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7개월 수준의 비축유가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대응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유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hoiyu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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