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실적이 당초 기대에 비해 부진했던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의 주 고객이 사업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자료 조사에 따르면 EV9은 지난 6월 19일 공식 출시된 이후 6월 665대, 7월 1682대, 8월 551대 등 출시 이후 3개월간 약 2900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EV9을 구매한 4명 중 3명은 자가용 목적으로 이 차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개월간 신규 등록된 EV9 2898대 중 2199대(75.9%)는 자가용 목적으로 등록됐고, 이어 렌트 697대(24.1%), 관용 0.1%(2대) 순이었다.
소비자 유형별로는 개인이 50.7%, 법인·사업자가 49.3%로 절반 수준이 법인 차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모델별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어스로 1725대가 팔려 전체 비중의 59.5%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GT라인 994대(34.3%), 에어 179대(6.2%) 순이었다. 전체 세부 모델에 걸쳐 사륜구동 모델을 택한 비율은 83.7%로 집계됐다.
앞서 기아가 5월 1만367대를 사전 계약해 업계의 이목을 크게 끌었지만, 비싼 가격 탓에 공식 출시 이후 사전 계약자 중 상당수가 이탈하면서 실제 판매 대수는 30%를 간신히 달성했다.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는 같은 차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EV9의 판매 가격은 7337만원부터 시작해 여기에 보조금을 적용하면 6000만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내려가지만,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3896만원), 기아 카니발(3150만원) 등 비슷한 크기의 다른 모델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가량 높은 가격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EV9이 출시된 시점은 국내 신차 인기도가 전기차는 감소하고 하이브리드차가 상승하는 시기였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3.7%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이는 가솔린차(13.6%)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39.4% 늘어났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가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지만, 아직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상당수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당분간 내연기관 차 중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mtollee12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