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위 기업 TSMC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가운데, 뒤에선 인텔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면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여전히 굳건한 팹리스 업계의 TSMC 신뢰도
반도체 시장조사기업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5.8%에서 올해 1분기 12.4%로 줄었다. 반면, 1위 TSMC는 같은 기간 58.5%에서 60.1%로 늘었다. 점유율 격차는 42.7%에서 47.7%로 더 벌어졌다.
삼성의 기술력이 TSMC에 비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향후 고급 반도체의 주력으로 자리 잡은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은 삼성이 차세대 제조 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를 일찍 도입해 먼저 완성했다. 차세대 2나노 공정에서도 GAA를 바탕으로 수율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팹리스 업체들은 공정 기술만 보고 제조를 맡기지 않는다. 안정성과 품질이 최우선이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팹리스 업계 큰손들이 TSMC를 선호하는 것도 안정성과 품질이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은 이미 수율과 안정성과 관련해 몇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기업 간 및 국가 간 이해관계도 얽혀있다. 미국 팹리스 기업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파운드리를 통해 설계 기술을 습득한 삼성이 자체 칩을 내놓고 경쟁사로 돌변하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LCD에서 한국에 역전당한 일본이라는 사례도 있다. 삼성이 아무리 부인해도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반면, 파운드리만 집중하는 TSMC는 팹리스 입장에서 믿고 제조를 맡길 수 있다. 삼성이 TSMC보다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삼성은 미국 반도체법에 맞춰 텍사스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큰손인 미국 반도체 팹리스에 가까이 다가가 경계심을 낮추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TSMC 역시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는 데다, 대만과 독일에도 추가 라인을 증설하고 있어 당장 격차를 줄이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왕년의 반도체 1위 기업 인텔의 맹추격
파운드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인텔이 맹렬히 치고 올라오는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인텔은 2021년 팻 겔싱어 CEO 부임 이후 파운드리 사업 부활과 강화를 천명하며 공정기술 개선과 시설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 TSMC와 마찬가지로, 인텔 역시 반도체법에 따라 애리조나와 오하이오 두 곳에 동시에 신규 공장을 짓는 중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인 인텔에 더 우호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도체법의 최대 수혜자는 인텔이란 말까지 나온다. 인텔 공장이 완성되면 미국 내 팹리스 업체들의 주문이 인텔로 대거 몰릴 수 있다.
인텔은 유럽과 이스라엘 등 해외에도 신규 반도체 공장을 잇달아 세우면서 ‘규모’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마그데부르크 신규 공장에 300억 유로(약 42조 950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라인을 짓는데 46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아일랜드 레이슬립에도 120억 유로(약 17조 원)를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오는 2031년까지 유럽연합(EU) 역내에만 총 800억 유로(약 114조 5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키르얏 갓 지역에도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들여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한다. 총 해외 투자 규모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한곳에만 170억 달러(약 22조 4000억 원)를 투자한 삼성의 몇 배에 달한다.
투자전문사 블랙노트 인베스트먼트는 보고서를 통해 인텔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0.7%에 그쳤지만, 오는 2032년까지 14.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넘는 수치다.
최근 인텔이 추진하던 이스라엘의 파운드리업체 타워 세미컨덕터(업계 7위, 점유율 1.2%)의 인수가 중국의 미승인으로 불발됐다. 만약 이 인수가 성사됐더라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이 삼성을 따라잡거나 추월하는 시기는 더욱 빨라졌을 게 분명하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