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결정에도 차세대 D램·HBM 증설한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반등 기대감
파운드리 주력 5·7nm 가동률 90% 육박, 미세공정 3·4nm도 수율 60% 넘어
파운드리 주력 5·7nm 가동률 90% 육박, 미세공정 3·4nm도 수율 60% 넘어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진행한 '삼성파운드리포럼 2023' 이후 공격적인 태세로 전환하며 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는 것과 동시에 파운드리 수율 개선에도 성공하면서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감산을 결정했다. 당시 감산에 나섰던 제품은 재고량이 넘치는 것으로 알려진 DDR4 등 범용 제품들이었다.
반면 차세대 제품군인 DDR5의 생산라인은 오히려 늘렸다. DDR4에서 DDR5로 트렌드가 전환되던 시기인 만큼 차세대 제품군의 점유율을 확대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업계 최선단 12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16Gb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기존 14nm D램 대비 생산성과 소비전력을 각각 20%, 23% 개선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챗GPT의 등장 이후 급격하게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생성형 AI 반도체의 필수제품인 HBM 양산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 샘플을 출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 수요가 급증하자 대규모 양산체제를 통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하반기 1조원을 투자해 HBM 설비를 증설하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내년 5세대 제품인 HBM3P 제품의 양산도 준비 중이다. 생성형 AI 열풍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신제품을 통해 시장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던 파운드리 부문도 백조로 환골탈태할 채비를 마쳤다. 당장 주력제품군인 5·7nm의 합계가동률이 90%에 육박한 가운데, 첨단미세공정인 3·4nm 공정에서도 수율 안정화에 성공했다. 특히 3nm 공정 수율의 경우 경쟁사인 TSMC가 55% 수준인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6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의 수율이 잡히면서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5월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삼성전자를 통한 반도체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당장 경쟁사들이 도입하기 어려운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법을 3·4nm 미세공정에 도입해 핀셋 제품 대비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수율 안정화를 통해 고성능·저전력·초미세 칩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고객사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경영진들 역시 수율이 안정되면서 고객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당장 경계현 DS부문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지난 10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텍사스주 테일러시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본 후 고객사들과의 미팅에 나섰다. 경 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미국 내 주요 팹리스 업체들과의 미팅을 통해 신규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 아니라 오는 9월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 포럼'을 열고 테슬라를 비롯한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출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나 차량용 반도체 협력방안을 직접 논의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현재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반도체를 비롯해 엔비디아, 모빌아이, 암바렐라 등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를 수탁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를 비롯해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관련업계는 삼성전자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겠다는 삼성전자의 선언이 예상보다 빠르게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진출 10년 만에 글로벌 1위로 올라섰던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10년 안에 1위 등극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면서 "이에 앞서 기술력과 고객사들과의 신뢰 형성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왕좌 등극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