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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다리이야기(21)] 한국의 철강기술이 융합된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김종대 철강문화원장

기사입력 : 2023-06-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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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차나칼레대교
바다 위에 걸쳐야 하는 긴 다리의 기술력을 결정하는 것은 경간장이다. 경간장이 긴 교량은 대부분 설계구조상 현수교로 만들어진다. 현수교는 케이블에 의해 전달되는 교량의 하중을 다른 고정체에 연결시켜 지지하는 타입의 다리를 말한다.

현수교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감탄사를 자아내는 바다 위에 걸쳐진 긴 교량들은 사실 시공과 설계 기술의 난이도가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누구인가. 불가사의한 기술을 너끈히 소화해온 민족이 아닌가.
승용차로 여수를 여행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이순신 대교는 순전한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현수교이다. 이순신 대교를 만든 기술력은 세계 최대의 현수교 공사 입찰 때 한국의 현수교 기술력을 의심하는 일본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준 한국인에게는 참으로 대견한 교량이다.

이순신 대교보다 훨씬 긴 현수교는 전 세계에 3개나 더 있다. 세계 1위의 현수교는 튀르키예의 차나칼레 1915 대교이다.

튀르키예 서부 마르마라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다르다넬스 해협 북쪽의 지중해 해안에 서 있는 엄청난 규모의 기둥 두 개는 차나칼레 1915 대교가 얹혀진 기둥이다. 이 다리는 한국의 대림이엔씨가 건설했다.

공사 과정에서 하루 최대 1,300명이 인력이 동원될 정도로 대규모의 공사였다. 이 교량의 교각을 만들기 위해 하루 평균 레미콘 9000대 분량의 콘크리트가 부어졌다. 이 거대한 래고와 같은 블록들은 일정 장소에서 미리 만들어지고 32개의 블록을 쌓아 334m의 주탑으로 만들었다. 이는 63빌딩과 에펠탑, 그리고 도쿄타워보다 더 높다.
튀르키예 다르다넬스 해협에 걸쳐진 차나칼레 1915 대교는 총 사업비 3조5000억 원이 투입된 공사였다. 이 교량의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는 2,023m에 달한다. 세계 최장 현수교였던 일본의 아카시대교보다 32m 더 길다. 차나칼레 1915 대교는 입찰 당시 세계 최장 현수교라는 상징성 때문에 내로라하는 세계적 업체들이 몰려들어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

아카시 대교를 건설한 일본기업들도 물론 참가했다. 일본은 2013년과 2015년에 총리가 직접 튀르키예를 방문하여 전폭적인 수주 지원을 퍼부었다. 언론도 가세하여 일본의 기술을 부각시켰다.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DL이엔씨(대림산업)와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는 어떻게 쟁쟁한 국가의 건설회사들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두 기업 엔지니어들이 지금까지 설치한 교량의 길이는 무려 3만4360m였다고 한다. 그리고 12개의 대형 교량을 놓았다고 한다. 다리 하나 건설하는 데 2~3년 걸린다고 한다면 이들 기술진은 평생을 바다 위에서 보낸 셈이다.

SK에코플랜트는 튀르키예에서 유라시아 터널 사업과 보스포러스 3교, 투판벨리 발전소 등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던 전력을 앞세웠다. 유라시아 터널은 완공 예정일보다 3개월 빠르게 개통한 저력의 기업임도 과시했다.

결정적인 한 방은 2013년 완공된 이순신 대교였다. 이 교량은 순전한 한국기술로 성공시켜 튀르키예 관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포스코가 개발한 세계 최대의 강도를 지닌 철강재의 공급도 수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DL이엔씨와 SK에코플랜트는 2017년 3월 3조2000억 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됐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이순신이 튀르키예 해협에서 일본 연합군에 승리했다’고 비유할 정도로 감격했다고 전한다.

차나칼레 1915 대교에는 포스코와 고려제강이 만든 강철 케이블이 공급되었다. 더 명확한 철강재 투입은 후판 8만5000톤, 선재 4만1000톤 등 총 12만6000톤의 철강재가 사용됐다. 포스코는 지금까지 없었던 초고강도의 강철을 세계 최초로 공급했다.

고려제강은 이 강철로 철사를 만든 다음 직경 5.75mm의 철사 127가닥을 모아 강선 바를 만들었다. 그리고 강선 바를 148개의 철 줄로 하여 거대한 철 밧줄인 케이블을 형성시켜 교량을 상판의 주탑에 매달게 했다. 결과물은 현존하는 현수교 중 최고의 강도를 지닌 케이블의 탄생으로 기록되었다.

이 케이블은 태풍 링링의 최대 풍속(초속 47m)보다 센 초속 69m의 초강풍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가 된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차나칼레 1915 대교의 강선 한 가닥은 5.1톤의 하중을 지지할 수 있어 현존하는 케이블 중 최고의 인장강도를 자랑한다. 이 교량의 우수성은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유럽철강공사협회(ECCS)로부터 ‘유럽 강철 교량상’을 수상한 것으로 증명된다.

얼마나 길고 안전한 현수교를 짓는가는 한 나라와 기업의 건설 기술력을 상징한다. 주탑과 주탑 사이에 기둥이 하나도 없이 다리가 탑에 매달려 있는 구조인 만큼 시공 난이도가 높아 1950년대에는 미국의 전유물이었고, 1970년대 이후는 일본의 건설사들이 세계 현수교 시장을 석권했다.

토목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현수교를 우리 건설사들이 척척 수주하는 모습은 한국인의 자부심에 더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현재도 현수교를 소화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한국 등 극소수이다. 사실 이순신 대교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한국도 총공사비에 10%를 지출하며 외국의 기술과 장비, 기술진에 의존했었다.

미국 ENR의 세계 250대 해외건설 매출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이후로 대한민국은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6대 건설 강국에 진입했다. 선진국보다 설계능력은 70% 앞서있고, 시공 기술 능력은 무려 90% 이상 끌어 올리고 있다는 기록에 새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철강인은 이제 단순한 범용 철강재를 만든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연구개발을 통해 철강 신소재를 개발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메이드인 코리아의 철강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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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철강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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