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철 사업 성장 역사는 3개의 결정적인 장면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드러난 M&A 사례만 8차례에 이른다.
두 번째 장면은 1978년 현대제철의 전신인 인천제철(구 대한중공업 공사)을 인수한 것이다. 현대의 첫 철강사 M&A 기업인 인천제철은 전기로 부문에서 규모의 사업을 자랑했다. 이를 인수하면서 현대는 포스코의 뒤를 잇는 ‘고로(용광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본격화했다.
정부의 제2 고로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은 1984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밀려 좌절됐다. 1985년 인천제철은 인천합금철을 합병한 뒤 1994년 현대가 먼저 부산 가덕도에 제3 제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무산됐다. 1996년 경남 하동의 갈사 간척지에 고로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을 추진했으나 곧이어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포기해야만 했다.
IMF 외환위기로 현대그룹이 계열분리해 출범한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천제철과 현대강관 등 철강 계열사가 포함됐다. 인천제철은 부실화되거나 일시적인 경영난을 겪은 중소 철강사들을 공격적으로 M&A 했다. 2000년 3월에는 강원산업을 합병했고, 2001년 8월 INI스틸로 사명을 바꾼 뒤 그해 12월 삼미특수강(현 현대비앤지스틸)을 인수했다.
2005년 한보제철 당진제철소 부지에 고로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듬해 3월 INI스틸은 현재의 사명인 현대제철로 이름을 바꿨다.
2010년 1월 5일 당진제철소 1고로 화입, 같은 해 4월 종합준공식에 이어 11월 23일에는 2고로 화입식을 했다. 2013년 9월 13일 3고로 화입식을 끝으로 당진제철소 고로 대공정을 완성했다. 그해 말 현대하이스코 냉연제품 제조‧판매 부문을 인수했고, 2년여 후에는 현대하이스코를 흡수합병해 시가총액 20조원에 철강의 상하 공정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 철강회사로 재탄생했다. 또한 동부그룹(DB그룹)으로부터 동부특수강을 인수해 현대종합특수강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SPP그룹으로부터는 SPP율촌에너지 단조 부문을 인수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선발 주자와 비교하면 제철 사업 시작은 늦었지만, 다양한 품목에 걸쳐 개발과 생산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무엇보다 숙원이었던 고로 일관제철 사업도 마침내 성공시킬 수 있었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M&A 노하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