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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韓 9개 vs 中 64개’ 조선업 경쟁 애초에 불가능했다

한국, 조선 빅3 절대적 의존에 중국은 물량전으로 맞서
연간 인도 선박 척 수도 3배 이상, 中 수출 선박 비중 늘어
선가 부담에 韓 해운사도 중국에 건조 의뢰. 연간 수입 1위
선박 금융 등 정부‧금융권 측면 지원도 중국 성장에 큰 기여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3-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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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이미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거대한 인프라를 생각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국내 대형 조선 빅3 가운데 한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한국 추월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1위라고 하지만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세계 1~3위를 차지하는 빅3가 만든 일종의 허상”이라면서 “이 3개 그룹을 제외하면 한국의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바닥으로 내려갈 만큼 집중도가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의 조선소 현황을 보면 빅3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 통계를 보면, 3월 말 수주량과 수주잔량을 공개하는 상위 150개 조선소 가운데 한국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수주잔량 1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2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3위) △현대삼호중공업 영암조선소(4위) △현대미포조선 울산조선소(9위) △대한조선 해남조선소(41위) △케이조선 진해조선소(43위) △HJ중공업 영도조선소(58위) △대선조선 부산조선소(70위) 등 9개다.

반면 중국 조선소는 후둥중화(Hudong Zhonghua) 상하이조선소(5위)를 포함해 무려 64개 조선소가 이름을 올렸다. 클락슨리서치가 확인한 단 한 척의 수주잔량이 있는 389개 조선소를 대상으로 하면 중국 조선소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국 조선소가 건조를 마치고 인도한 선박 척 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924척, 올 3월까지 187척이다.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환산하면 1490만CGT 및 370만CGT였다. 같은 기간 한국은 205척(780만CGT), 62척(240만CGT)이다. 수주량과 수주잔량도 마찬가지지만 선박을 건조해 선주들에게 인도하는 물량 또한 한국은 중국에 한참 밀린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수출한 선박은 2~3년 전 수주한 물량을 완성해 세관 통관을 거친 것이다. 2021년부터 중국 선박 수출이 한국을 추월한 것은 2018~2019년 빅3를 비롯해 한국 조선사들이 강력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는 등 수주 영업이 위축돼 일감을 적게 따낸 데 따른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 채권단의 무리한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만든 악영향이 지금 수출 추월 허용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통제를 받은 것과 달리 중국 조선사들은 중앙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통폐합을 통해 대형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를 통해 탄생한 중국 선박공업그룹유한회사(CSSC)는 후둥중화 조선소 등이 속해 있는데, 이 회사는 수주잔량을 기준으로 지난해부터 HD현대그룹(HD한국조선해양)을 제치고 세계 1위 조선그룹이 됐다.

중국 조선산업은 육성 기간 동안 이전까지 해외 조선소에 의존했던 풍부한 자국 내 해운사들의 선박 발주 물량을 수주해 이를 건조하면서 기초 역량을 키워왔다. 이어 내수 물량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나섰다. 유럽 등 선진국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기간에는 중화권 국가 해운사들에서 소량이지만 선박을 수주하며 수출 역량도 키웠다. 현재까지도 중국 조선소들이 수주한 물량의 상당 비중이 내수 선사들의 발주량이다.

하지만 조선 굴기(崛起)를 선언한 중국 조선업계는 한국과 일본에 비해 낮은 건조 단가를 제시하고 중앙정부의 세일즈 외교, 정부 산하의 금융기관들이 상식을 벗어나는 선박 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측면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 선주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에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곳이 일본 조선업계와 한국의 중견 조선사들이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산재했던 다수의 중견 조선사가 중국과의 경쟁에 뒤져 문을 닫거나 일부만 살아남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선박 수출 증가는 한국 해운사들이 큰 기여를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선박 수입 1위 국가는 중국이다. 지난해에만 중국산 선박 수입을 위해 6억5000만 달러를 지급했다. 국적 선사인 HMM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해운사 규모가 작거나 영세해 한국 조선사가 제시하는 선가를 받아들이지 못해 중국 조선사에 건조를 맡길 수밖에 없다. 국가 조선산업이 발전하려면 자국 내 해운사의 발주가 필수인데 한국은 조선산업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 물량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수출시장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밀리고 있다. 조선업계는 빅3 의존도를 적게나마 완화하려면 결국 중견 조선사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견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나도 금융권이 정한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과도한 ‘선박 수주 가이드라인’과 선수금환급보증(R/G) 발행 기피 등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수주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주해도 최종 계약을 못 해 파기돼 중국에 뺏기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면서 “규제를 좀 더 풀어줘야 중국과 경쟁을 할 수 있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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