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현대重 50년-8] 수리 전문 현대미포조선, 신조 사업 진출

현대미포조선 신조 전환 ①
현대重 1, 2호선 건조 직후 1975년 수리조선사로 설립
정주영 창업자, 설립 직후부터 신조 전환 구상 그려
박정희 대통령 외자도입 수락, 日가와사키重과 협력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2-10-23 06:00

현대미포조선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미포조선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1997년 8월 28일, 현대미포조선 3도크에서 선박 진수식이 열렸다. 진수 선박은 노르웨이 PGS로부터 수주한 ‘람폼 반프(Ramform Banff).’ 길이 120m, 폭 53m, 높이 16m에 2만 3000톤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였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선박의 진수식이 주목을 끈 것은 그동안 선박 수리만 해오던 현대미포조선이 신조사업에 진출한 뒤 처음 진수한 선박이기 때문. 세계 최초로 신형 설계 특허 등록을 받은 선박이기도 했다.
‘람폼 반프’호는 진수식 후 의장작업을 거쳐 12월부터 속도를 비롯해 각종 장비, 제어장치 등을 테스트하고 시운전을 마친 후 12월 27일 인도식을 가졌다. 그리고 이틀 후 29일 영국으로 먼 항해를 떠났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들은 람폼 반프호가 16노트의 속력으로 전하만을 빠져나가 대한해협 쪽으로 모습을 감추기까지 오래오래 지켜보았다. 현대미포조선이 설립 22년 만에 수리사업이라는 기존의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신조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세계 무대에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현대미포조선, 수리조선업 세계 정상에 서다


현대미포조선은 1975년 4월 수리조선업으로 그 첫발을 내디뎠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를 짓고 초대형 유조선을 건조하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난 때였다. 신조사업만 하기에도 벅찬 시점에 수리조선업이라니. 여기에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원대한 야망이 담겨 있었다.

그는 울산조선소 준공식이 열리던 1974년 6월 28일 어느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런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우리 현대는 신조를 하는 초대형 조선소뿐만 아니라 외국의 대선주를 고객 겸 출자자로 해서 대형선박 수리사업에도 착수할 계획입니다. 선박의 수리와 건조를 함께할 수 있어야 명실공히 종합 조선사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주영 창업자는 이미 수리사업 계획 수립을 지시해놓고 있었다. 선박 건조와 마찬가지로 수리조선 역시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생산단위당 부가가치가 높고 외화가득률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중요한 수출전략산업으로 충분히 키울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리사업을 단순히 신조사업의 보완 정도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양 날개로 생각했던 정황을 읽을 수 있다. 정주영 창업자 생전에 어느 시나리오 작가와 했던 인터뷰 내용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1974년 6월 1・2호선 명명식을 하기 전의 일인데 그때 얘기가 재미있어요. 사실 나에게는 1・2호선 명명식도 중요했지만 미포조선 허가가 아주 시급한 과제였어요. 당시에 3000만 달러 차관 교섭은 이미 끝냈고, 정부에 외자 도입 승인을 신청해 놓고 있었어요. 그런데 외자 도입은 대통령 재가가 나야 한단 말이에요. 대통령을 만나야 하는데 거리가 없어 고민하다 명명식 날짜를 잡아가지고 청와대로 갔어요. 조선사업은 대통령도 숙원이었으니까 당연히 참석하실 거라 생각했어요. 한 손에는 1・2호선 명명식 계획서와 다른 손에는 미포만 일대에 부지를 확보해서 수리조선사업을 하겠다는 설계도를 들고 청와대로 들어갔어요.”

정주영 창업자는 미포조선소를 차관으로 설립하겠다는 것은 수리조선소가 아니고 애초부터 신조회사로 구상한 것이냐는 작가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수리만 하는 조선소를 조선소라고 할 수 있어요? 수리를 전문으로 하더라도 일단 조선소는 만들어야 할 거 아니에요. 물론 초창기에는 수주를 하지 못해서 수리만 하는 조선소로 알려졌는데 욕심은 그게 아니었어요. 좌우간 명명식 날짜를 잡았다고 하니까 아주 흡족해 하시면서 대대적으로 행사를 하라고,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크게 알리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좋아하시면서 수리조선소 외자 도입 건도 즉석에서 재가를 하셨어요. 문제는 울산조선소 때에도 정부 보증을 서달라고 했는데 또 해달라고 하려니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선업이 부흥하자면 대형 조선사가 많을수록 좋다고, 그 소리만 자꾸 했더니 재가를 해주셨어요.”

정주영 창업자는 수리조선업의 합작 파트너로 그동안 두터운 인연을 쌓아온 일본 가와사키(川崎)중공업과 손을 잡기로 했다. 가와사키는 1973년4월 23만t급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2척을 발주해 걸음마를 시작하던 현대중공업에 큰 힘을 보태주기도 했다

.

이런 긴밀한 인연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함께 수리조선업을 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으며, 울산조선소 준공식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외국의 대선주를 고객 겸 출자자로 해서’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다.

<자료: 현대중공업>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아우디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RS e-트론 GT
아우디 e-tron GT vs. 아이오닉 5 N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엔 더 무서운 차 끌고 나왔다! 벤츠 E 300 4MATIC AMG Line
국내 1, 2위 다투는 수입차, 벤츠 E와 BMW 5 전격 비교
숨은 진주 같은 차, 링컨 노틸러스 ... "여긴 자동차 극장인가?"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 벤츠 디 올-뉴 CLE 450 4MATIC
파격 변신한 8세대 BMW 5시리즈...520i M sport package, "엔트리 같지 않다"
모든 걸 다 가진 차 왜건..."볼보 V90 CC, 너 하나로 만족한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