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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 후판 가격 탓 말고 고부가 선박 수주 적극 나서야

[김종대의 스틸 스토리] 후판의 역습

김종대 글로벌 철강문화원 원장

기사입력 : 2021-08-18 14:19

조선소와 철강업체가 후판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조선소들은 후판 가격 상승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고, 철강업체들은 재료비 상승으로 후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선소와 철강업체가 후판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조선소들은 후판 가격 상승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고, 철강업체들은 재료비 상승으로 후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탈리아의 피칸티에리, 핀란드의 아커야즈, 독일의 마이어 베르프트….

전세계 초대형 크루즈선 건조를 독점하고 있는 최강 조선소들이다. 이들 조선소들이 크루즈 선박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박 한 척만 만들어도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클락슨 리서치(Clackson Research)의 자료를 보면 선박건조 비용의 차이는 엄청나다. 2016년 기준으로 크루즈선 발주액은 160억 달러(약 19조 원)이다. 선박건조 시장의 약 12%를 차지한다. 크루즈선은 척당 선가가 5억~10억 달러(6000억 원~1조2000억 원)이다. 일반 화물선에 비해 최대 20배 높고 LNG선박 보다 3~6배 높은 고부가가치 선종이다.

영화 '러브보트'에 나오는 초호화 크루즈선 한 척의 가격은 무려 10억 달러가 넘는다. 서울 한 복판의 초현대식 오피스빌딩과 맞먹는 가격이다. 그 비싼 크루즈 선박들이 국내 조선소에서 앞 다퉈 건조되고 있다면 가장 기뻐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크루즈선은 일반 선박에 비해 척당 최고 가격이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고부가 가치 산업이다. 한국 조선소들도 LNG선박과 벌크선에서 벗어나 크루즈선 제조로 눈을 돌려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크루즈선은 일반 선박에 비해 척당 최고 가격이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고부가 가치 산업이다. 한국 조선소들도 LNG선박과 벌크선에서 벗어나 크루즈선 제조로 눈을 돌려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물론, 철강기업이다. 크루즈선은 90% 이상의 철강재를 사용한다. 국내에서 조선용 후판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제철 3사(社)뿐이다.

그런데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내용을 보면 LNG선박과 벌크선이 주류를 이룬다. 전 세계의 물량을 거의 싹쓸이하는 수준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크루즈선박 건조 분야를 수주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 의지가 부족하고 △유럽 특유의 내부 인테리어에 강해야 하는 점을 꺼려하고 △높은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3가지 점 때문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분야는 시스템이 복잡하고 건조 중간에 검토할 사양도 많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특수 철강 원자재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다지 남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해양플랜트에 사용되는 후판은 독일의 딜링거제철소가 단연 세계 제1위 생산업체이다.

LNG선박·벌크선만으론 중국 제압 어려워


해양플랜트용 후판 시장 규모는 상선용 후판 시장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2010년대부터 40%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용 후판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절대적인 품질과 기술력을 보증해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공급사(Vendor)로 각각 등록해야 한다. 따라서 해양플랜트용 후판을 공급한다는 것은 후판 제조사의 종합적인 글로벌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국내 철강사들은 이런 규격화에 기업력을 총동원하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유럽의 막강한 조선소들을 따라 잡으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은 상황인데도 언론들은 선박 수주를 가장 많이 했다고 국내 조선사들을 칭찬하기에 바쁘다.

더욱이 철강, 조선, 해운은 경기변화에 한 몸처럼 울고 웃는 업종이다. 특히 국가기간산업의 역할을 하는 커맨딩하이츠((Commanding Heights)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가 침체를 겪게 되면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우리와 같이 제조산업 중심의 국가에서는 이들 국가기간산업이 무너지면 연관 산업은 지진이 일어날 정도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축소되자 해운산업이 기진맥진했다. 해운업황이 바닥까지 오자 몇몇 해운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국내 조선소에도 찬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수만 명의 현장 근무자들이 일터를 떠났다. 남은 건 초라한 국밥집뿐이라는 허탈한 모습을 국민들은 지켜봤다.

이 여파는 후판제조업체에 고스란히 전염됐다. 동국제강은 440만t의 후판생산 체제를 250만t으로 줄였다. 1,2후판을 매각한 것이다. 1971년 2월 국내 처음으로 조선용 후판을 생산했던 옛 명성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감산체제에 들어갔다. 후판메이커들도 찬바람이 일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해왔다.

딜링거 휴테의 중후판공장. 사진=딜링거 휴테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딜링거 휴테의 중후판공장. 사진=딜링거 휴테 홈페이지

잃어버린 철강 5년의 시간은 다시 돌아왔다. 코로나 여파로 그동안 잠잠했던 대기 물량이 늘어나고 물류이동이 활발해 지면서 해운업이 되살아나자 조선사가 일어서고, 철강 산업도 생산체제를 풀가동하는 요즘이다.

여기서 제동이 걸린 것이 후판이다. 후판의 국제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른 것이다. 일명 '후판의 역습'이다. 철강사들은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에서 t당 115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도 평균가격이다. 고장력 후판 가격은 가격이 월등하게 비싸다.

최근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은 난항을 겪는 중이다. 어떻게 해결이 날지 산업계의 눈이 쏠려 있다. 이어지는 여파가 건설, 인프라에 직결되고 나아가 냉연제품이나 컬러강판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일파만파로 가격인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후판은 그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철강·조선·해운 경기 나쁠 땐 기간산업 큰 타격


포스코 근무자들의 말에 의하면 "조선 산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포스코는 인내의 시간을 가졌다. 부족한 부문은 원가절감에 기울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철광석 가격은 이미 후판 완제품 가격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젠 도리가 없다.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철강산업 초창기의 원로들의 가격협상 일례를 들어보자.

"장 회장! 슬래브 가격을 좀 올려야 겠소"(고 박태준 포스코회장)

당시 상황은 슬래브 가격이 추락하던 시기였다. 박 회장은 포스코의 경영악화를 걱정하면서 이전 가격에 슬래브를 구매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어떤 답변이 나왔을까. 동국제강은 슬래브 가격이 싼 가까운 일본으로 구매선을 바꾸었을까?

독일 후판 전문 철강기업 딜링거 제철소의 후판 작업 공정. 사진=딜링거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후판 전문 철강기업 딜링거 제철소의 후판 작업 공정. 사진=딜링거 홈페이지

"가격을 낮추지 말고 구매해라. 오랜 파트너에겐 때로는 비싸게 사주는 것도 상도의다"(고 장상태 동국제강 회장)

철강 산업의 원로들은 서로를 보듬어 주는 것을 협상의 본질로 삼았다.

제품 값을 원료 값보다 싸게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해양플랜트 후판 공급 절대적 기술력 보증해야


국가기간산업끼리의 논쟁은 빨리 해결할수록 좋다. 진짜 중요한 과제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탄소 줄이기에 여념이 없는 중국이 지금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에 한국 조선사들이 진정한 블루오션을 찾는 일일 것이다. 그것도 중국이 몸집을 간추리기 이전에 끝내야 한다.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카드는 크루즈선과 해양플랜트 분야, 그리고 방산 선박밖에 없다. 그중 바다위의 정유공장이라는 FPSO의 선박가격은 수조원에 이른다. 국내 조선 빅3가 이 분야를 석권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면 오늘과 같은 '억지 협상'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당연히 제값을 줘야 할 원자재 값을 더 내려달라는 애원(?)은 명분이 없는 억지춘향이다.

'후판의 역습'은 국내 조선들에게 고부가 제품을 더 많이 수주하라는 주문이다.


김종대 글로벌 철강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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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글로벌 철강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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